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스크랩] 왜구가 아기발도(阿其拔都)로 불리게 된 이야기

윤의사 2018. 6. 30. 15:11

태이자 우리말 사전 2018.6.27 - 13회 / 왜구가 아기발도(阿其拔都)로 불리게 된 이야기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 이재운 / 노마드 / 552쪽 / 24년 27쇄


고려 말 우왕 6년(1380년)에 일본군 장수 아기발도(阿其拔都)가 병선 500척을 이끌고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적이 있다. 병선 500척이면 전쟁 수준인데 당시 고려군은 이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다만 화약을 발명한 최무선이 고려수군을 이끌고 내려가 화포로 일본 병선을 격침시켜버리는데 성공하였는데, 육지로 쫓긴 왜구는 함양, 남원까지 쳐들어 올라와 민심을 크게 어지럽혔다.

이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 바로 이성계(아기바토르)와 이지란(퉁두란)이었다. 휘하 병사들도 종족에 관계없이 몽골병 출신이다.


이성계는 여진족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몽골의 쌍성총관부 만호장 이자춘의 아들이다. 이성계의 고조부가 간도로 이주하였다가 몽골군에게 귀순하여 만호장까지 됐다고 하는데, 그 사연이야 그들의 주장일 뿐 검증된 것은 아니다. 이 말은, 곧 이들이 몽골인으로 태어나 몽골인으로 살았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 쌍성총관부는 몽골 영토이고, 백성들은 주로 여진족이었다. 그러므로 사용하는 언어는 몽골어와 여진어였다.

이성계 자신의 아명이 바로 아기바토르다. 그래서 이성계와 이지란은 일본군 장수를 보고 아기바토르처럼 용맹하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절요 31권에 따르면, 왜장은 15,6세 정도였는데 얼굴이 단정하고 빠르고 날래기가 비할 데 없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아기바토르란 말에 딱 들어맞는다. 

아기는 어린이, 바토르는 용사란 몽골말이다. 바토르는 족장 다음의 지위에 이르는 장수를 가리키므로 아무에게나 함부로 쓰는 말은 아니다. 

이성계가 어린 나이에 이 이름을 받은 것은, 정말로 용맹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만호장의 아들이면서 그 만호장을 이어받을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위키백과나 그밖의 사전들을 보면 왜구 장수 이름을 '아지발도'라고 적는다. 아기바토르의 잘못이다. 한자는 몽골말을 적기 위한 문자에 지나지 않고, 당시 원나라에서 쓰인 한자음과 고려의 한자음이 크게 다르니 우리는 쓸 필요가 없다. 아무 거나 따라 쓰면 안된다.(한편 우리말 연구에 약한 학자들은 왜구가 몽골어로 불린 점으로 미뤄, 몽골인이 살던 제주 출신이 아닌가 하는 어리석은 주장도 한다. 같잖은 헛소리다.)


- 누군가 대충 상상해 그린 그림. 

역사기록에 阿其拔都라고 돼 있다 해서 아지발도로 읽거나 아기발도로 읽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몽골어 발음대로 아기바토르로 읽거나 우리말로 아기장수라고 읽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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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알탄하우스
글쓴이 : 태이자 이재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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