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밥상 위의 한국사

도루묵이야기

윤의사 2016. 11. 1. 19:46

‘도루묵’이라는 고기가 있다.

사람들이 보통 열과 성의를 다하여 일을 이루려 하였으나 아무런 보람도 없이 끝났을 때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라고 말을 하곤 한다.

왜 어류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 말에 ‘도루묵’이란 말이 쓰였을까?

본래 도루묵은 우리나라 근해에서 수심 200-400m 정도의 모래가 섞인 뻘 바닥에

살고 있는 농어목 도루묵과의 물고기이다.

이 도루묵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조선의 14대 임금이었던 선조가 임진왜란 때 평양을 거쳐 의주로 피난을 가던 길이었다.

피난길이었기에 먹을 것이 부족하자, 한 어부가 '묵'이라는 물고기를 바쳤다.

피난길에 제대로 된 끼니를 먹어본 적이 없는 선조는 임금의 체면도 잊고 맛있게 먹었다.

선조는 고기가 너무 맛있어 명을 내렸다.

“앞으로 이 고기를 너무 맛이 좋으니 '은어(銀魚)'라 부르라.”

그런데 임진왜란이 끝나 궁궐에 돌아온 선조가

왜란 중에 피난가던 길에 먹었던 '은어(銀魚)'가 생각나서 다시 먹어보았더니

피난 시절의 맛이 아니었다. 이에 선조가 다시명을 내렸다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결국 '도로 묵'이 나중에 '도루묵' 으로 바뀌어

'노력을 기울인 보람도 없이 헛되게 되는 일'을 '도루묵'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광해군부터 인조 연간에 활동한 문신이자 학자인

택당(澤堂) 이식(李植:1584-1647)은 ‘도루묵’에 관한 시를 남기고 있다.

 

환목어(還目魚)

 

목어라 부르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해산물 가운데서 품질이 낮은 거라

번지르르 기름진 고기도 아닌데다/ 그 모양새도 볼 만한 게 없었다네.

그래도 씹어보면 그 맛이 담박하여/ 겨울철 술안주론 그런데로 괜찮았지.

전에 임금님이 난리 피해 오시어서/ 이 해변에서 고초를 겪으실 때

목어가 마침 수라상에 올라와서/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해 드렸지.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난리 끝나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들 뽐낼 적에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맛보시는 은총을 한 번도 못 받았네.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 목어로 떨어져서/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는 상관없고/ 귀하고 천한 것은 때에 따라 달라지지.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버림을 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넓고 넓은 저 푸른 바다 깊은 곳에/ 유유자적하는 것이 그대 모습 아니겠나.



말린 도루묵, 구워 먹으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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