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밥상 위의 한국사

모시송편

윤의사 2016. 9. 16. 17:56

어제가 한가위였다.

한가위의 송편이 예쁘다면 거대한(?) 크기의 송편이 있다.

바로 '모시송편'이다.

옛날에 우리나라에서 농사짓는 방법을 보면, 자기 땅을 가지고 자기가 농사를 짓는 자작농이 있는가 하면

 광작(廣作)’이라 하여 농사를 많이 짓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럴 경우는 농사일을 할 머슴을 데리고 짓기도 했다. 이 밖에 양반집에서는 많은 남녀 하인들이 주인집 농사를 전담하여 지어 주었다.

주인 양반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이들이 지어 준 농사로 잘 입고 잘 먹고 지냈다. 이런 조건이었으므로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머슴들을 위한 위로의 잔치라도 베풀어 줄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2월 초하루를 중화절(中和節)’ 또는 노동절로 정했으니, 말하자면 머슴의 명절인 셈이다.

지난 해 가을 추수 이후 오랫동안 따뜻한 사랑방에서 새끼나 꼬고 땔나무나 조금씩 하던 머슴들에게 일을 시작하는 신호로 잘 먹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떡 하고 술 빚고, 넉넉한 집안에서는 돼지까지 잡아 머슴들을 배불리 먹였으며, 동네 풍물을 가져다가 하루 종일 흥겹게 놀았다. 떡 중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정월 대보름날 마당에 쌓아놓은 볏가릿대(화간:禾竿)의 벼이삭을 훑어내어 이용하는데, 쑥이나 모싯잎을 넣은 쌀가루 반죽에 삶은 콩·팥으로 소를 넣어 만든 송편을 머슴날에 만들어 나누어 주었기에 노비송편이라고 한다. 노비들의 나잇수 만큼 송편을 분배하여 나이떡으로 불린 노비송편은 머슴송편, 솔떡, 세병(歲餠), 수복병(壽福餠), 송엽병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8월 한가위에 먹던 추석 송편과 대비하여 송편이라는 명칭 대신 2송병(松餠)’이라 하여 차별을 두기도 하였다.

8월 한가위 송편이 한 입 크기로 예쁘게 만들어졌다면, 노비 송편은 어른 손바닥 크기 정도로 큼지막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서천이나 영광의 특산물인 모싯잎 송편이 노비 송편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크기가 남다른 모시 송편

모시 송편의 재료인 모시

 

 

 

'우리역사문화사전 > 밥상 위의 한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루묵이야기  (0) 2016.11.01
구황작물 고구마  (0) 2016.10.04
호두나무  (0) 2016.09.28
송편  (0) 2016.09.14
추어탕  (0) 201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