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류성룡은 전국 각 고을에서 의병들이 들고 일어나게 했습니다.
의병을 일으키겠다는 <의병창궐도>
경상도에는 곽재우가 있었습니다.
곽재우는 고을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내가 듣기로 왜군은 조총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소. 그런데 조총이 70보가 넘으면 사람을 몾히지 못한다고 하오. 그러니 70보를 넘어 왜군을 공격하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오.”
“예, 알겠습니다.”
곽재우는 왜군과 싸우기로 한 농민들을 모아놓고 조총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게 하였습니다.
“왜군은 지금 남해의 바닷길이 막혀 있소. 틀림없이 이곳 남강을 통해 식량과 의복 등 보급품을 운반하려고 할 것이오. 왜군의 움직임을 잘 관찰해주기 바라오.”
곽재우의 명령에 따라 농민들은 풀숲에 숨어 왜군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왜군의 배가 남강에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남강의 깊은 곳을 따라 깃발을 꽂고 있었습니다. 왜군이 물러난 뒤 농민들이 곽재우에게 갔습니다.
“나으리, 왜군들이 남강에 깃발을 꽂고 갔습니다.”
“그래요. 아마도 곡식을 실은 배가 무거워 강의 깊은 곳을 따라 꽂았을 것이오. 그러니 깃발을 얕은 곳으로 옮겼다가 왜선이 강바닥에 쳐박혀 배에 정신이 없을 때 우리가 한꺼번에 화살로 공격한다면 큰 승리를 거둘 것이오.”
“예!”
농민들은 곽재우가 말한 대로 깃발을 얕은 곳으로 옮겨났습니다.
다음 날, 곽재우의 예상대로 곡식을 가득 실은 왜선이 남강을 따라 들어왔습니다. 농민들이 깃발을 옮겨놓은 지도 모른 채 이동하던 왜선은 진흙에 쳐박혀 움직이지를 못했습니다. 왜군은 배 밖으로 나와 배를 움직여보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공격하라!”
곽재우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화살과 돌을 던졌습니다. 갑작스러운 곽재우가 이끄는 농민들의 공격에 왜군들은 왜선을 놔둔 채 빠지지 않은 다른 배를 타고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천세!천세!천세!”
농민들은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정암진 승전도
곽재우는 ‘천강호의대장군(天降紅衣大將軍)’이라고 쓴 깃발을 앞세우며 붉은 옷을 입고 왜군의 적진을 휘저었습니다. 왜군들은 홍의장군 깃발만 바라봐도 도망가기 바빴습니다. 이에 곽재우는 홍의장군 복장과 깃발을 여러 개 만들어 들고 다녔습니다. 왜군은 홍의장군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면서 신출귀몰(문득나타났다가 문득 없어짐)하다며 혀를 찼습니다.
곽재우의 승리 소식을 들은 류성룡은 선조에게 청하였습니다.
“전하, 의령의 곽재우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농민을 이끌고 사운 의로운 군사들입니다. 이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 하루속히 왜군을 쫓아내는 것이옵니다.”
“류정승의 말이 맞소. 그에게 절충장군 겸 조방장을 내려주오.”
류성룡의 건의에 따라 곽재우에게 정삼품 당상관의 직위가 내려지자, 각지에서 의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