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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녹피대전(熟鹿皮大典)

윤의사 2014. 2. 12. 14:51

가죽 중에 가장 으뜸인 것은 무엇일까?

우리 조상들은 동물로 만들어진 가죽 중에 가장 으뜸으로 친 것이 바로 사슴 가죽이다.

흔히 녹피(鹿皮)라고 한다. 녹피를 잘말린 것은 ‘숙녹피’라고 하였다.

숙녹피는 위아래와 좌우에서 당기면 잘 늘어났다.

그래서 생겨난 속담이 '녹비에 갈 왈 자'라는 것이 있는데,

그 속담을 한문으로 나타낸 것이 '녹비대전(鹿皮大典)이다. 대전은 법전을 뜻한다.

원래는 ‘숙녹피대전(熟鹿皮大典)’으로,

무두질한 사슴 가죽에 법조문 따위의 글자들을 써놓은 것과 같은 모양을 가리키는 문구이다.

그런데 그냥 사슴 가죽이라 하여도 글자와 관련이 있을 때는 당연히 무두질한 가죽을 의미하므로

숙(熟)자를 생략하였고, 녹비는 녹피에서 변한 말이므로 ‘녹비대전’이라 하였다.

부드러운 사슴 가죽에 글자를 써놓고 위아래와 좌우 등 어느 쪽에서 당기느냐에 따라 글자가 다르게 보이듯이, 법을 다루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나 소신이 없이 법을 적용하면 그 법은 아마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즉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되기 십상이다.

법원의 판단에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어제 재벌 총수들의 재판을 보면서 ‘숙녹피대전(熟鹿皮大典)’이 생겨났다.

어쩌면 나같은 보통 사람들이 모두 느끼는 감정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