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진실을 밝히는 방법

윤의사 2012. 6. 24. 15:31

이재운 선생님의 6월19일자 경인일보에 게재된 칼럼이다.

 

 

진실을 밝히는 자의 운명은 순탄치 못했다. 소크라테스도 진실을 말하다가 '청년을 부패시키고 국가의 신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로 독배를 들고, 예수 그리스도는 '진리를 말했지만'(나는 기독교도가 아니라 이 진리가 뭔지 모른다)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죄목으로 십자가에 못박혀 고통스럽게 죽었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라고 진실을 말한 지오다노 브루노 신부는 화형에 처해졌다. 갈릴레이 갈릴레오 역시 브루노와 같은 주장을 펴다가 교회의 엄중한 협박과 경고를 받고 자신의 신념과 다른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더 멀리 갈 건 또 뭔가.

박정희 독재 시절, "박정희는 독재자"라고 외친 사람들은 진실을 말했음에도 체포되고 구금되고 징역형이나 심한 경우 전가의 보도이던 간첩죄를 걸어 사형당하기도 했다. 전두환 군부 시절, 독재자의 지시를 받은 '짭새(진실을 말하는 학생들을 잡기 위해 대학에 상시 배치됐던 독재자의 경찰)'들이 대학마다 쫙 깔려 삼엄하게 감시하던 캠퍼스에서 용기있게 "군부 독재 물러가라"고 외친 동창들은 이들에게 체포되어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누군 전방부대로, 누군 교도소로 갔다.

 

진실을 그대로 말하여 나도 화를 입을 것인가. 진실을 살짝만 내비쳐 잠시 치욕을 당할 것인가. 진실에 눈감아 편히 살 것인가. 이것이 민주화시대를 살아온 내 또래들이 대부분 안고 살아온 고민이었다.

나는 2년 전 지역 국회의원의 횡포를 있는 그대로 말했다가 1년6개월여에 걸친 불쾌한 사법 체험을 했다. 그가 재선의원일 때 검찰과 법정은 그의 편이었고, 그가 낙선하자 지금은 내 편이다.

나는 행운아일 뿐이다. 그가 낙선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이곳 용인에서 계속 살기 위해 입을 봉인하거나 타지로 이사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말했다. 네가 재선의원을 이길 수 있느냐, 의원 친구가 검사장이라더라, 다 입 다물고 있는데 왜 네가 나서느냐, 이제는 시민들이 지겨워한다, 그가 3선하면 여기 못 산다, 이렇게 속삭이며 그만두라고, 네가 진다고 비아냥거렸다.

 

우리는 지금 대단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엄중하여 살이 떨린다.

바로 말한다. 나는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다고 전쟁이 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으랴. 육이오전쟁이 우리가 일으킨 전쟁이라서 수백만 명이 죽었는가? 임진왜란이 우리가 일으킨 전쟁이라서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당하고 코와 귀가 베이고, 포로가 되어 끌려갔는가? 태평양전쟁이 우리가 일으킨 전쟁이어서 그렇게 많은 조선인이 태평양 절해고도에서 죽어나가고, 우리 아버지가 징용당했던가. 병자호란은, 7차에 걸친 몽골군 침입은?

 

중국은 서해에 항공모함을 띄우고 압록강 도하 훈련을 하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우리가 아닌 뒤쪽의 일본이나 미국을 바라보는 건진 모르나 하여튼 우리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북한은 근간에도 경비정으로 남한 함정을 공격하고, 연평도를 향해 무작정 포를 쏘아대고, 남한 군함을 격침시켰다. 이때 우리 등 뒤 태평양 건너 저 멀리 있는 미국은 일본과 함께 연합훈련을 하자며 우리더러 앞장서라고 한다. 북한은 중국의 선봉이 되고, 남한은 미국의 선봉이 될지도 모른다. 초강대국 중국과 미국의 칼날이나 혹은 총탄이 될 위기에 있다.

 

그렇건만 우리 남한에는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비하하는 세력이 수십 만 명이 존재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연평도에 국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이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도 적지 않은 듯하다. 법정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쳐도 끄떡없는 사회가 돼버렸다. 임진왜란 직전 선조 이균이 이끌던 그 무능한 조정이 생각나고, 일제 강점 직전인 을사년 그때의 오합지졸 조정이 생각난다.

 

역사 앞에서 사람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용기있게 진실을 말하거나 비겁하게 진실을 외면하거나. 우리는 이 둘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피하든 피하지 않든 그 결과는 반드시 현관 문을 부수며 들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