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시인 고은을 수원으로 빼앗기는 안성시

윤의사 2012. 6. 13. 12:05

   이 글은 용인타임스에 이재운선생님이 기고한 글입니다.

 

시인 고은을 수원으로 빼앗기는 안성시
- 있는 문화 컨텐츠도 방치하는 용인시의 반면교사되나?

 



물려받은 유산 남사당 바우덕이를 천덕꾸러기로 여기던 안성시가 굴러온 복이나 다름없는 시인 고은을 홀대하다 수원시로 빼앗겼다. 고은 시인은 수원 광교산으로 이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시인 고은. 해마다 가을이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안성 대림동산의 시인 자택에는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든다. 안성시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관심 보이는 게 귀찮았던 모양이다. 저러다 노벨문학상 타시면 29년 사신 안성시는 입맛 다시고, 막판 스카웃에 성공한 수원시는 엄청난 문화컨텐츠를 얻게 될 것이다. 사진/위키백과

고은 시인은 안성에 29년째 줄기차게 살아온 안성 시민이다. 

이동희 전시장과 그 전 시장 무렵에는 문화인에 대한 배려가 제법 있어서 고은 시인이나 무용가 홍신자 선생이나 피아니스트 임동창, 극단 무천의 연출가 김아라, 시인 황청원 등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분들이 안성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고은 시인마저 떠나가는 것이다.

 

하긴 안성 얘기라고 꼭 남의 얘기는 아니다.

용인이라고 나을 것은 전혀 없다. 전임 시장 때 얘기지만 소설가인 나나 도예가 마순관 씨나 조각가 진철문 씨 등은 용인에서는 홀대를 받지만 안성에서는 언제나 귀빈 대접을 받곤 했다. 용인시장은 내 존재조차 모를 때에도 안성시장은 내 서재로 몇 번이나 찾아와 안성이 발전하려면 문화 컨텐츠밖에 없다면서 토론을 걸곤 하셨다.

솔직히 말해서 <천년영웅 칭기즈칸>이란 대하소설을 이곳 용인서재에서 쓰면서 몽골을 대여섯 차례 답사하고, 헬기로 몽골 내 전투지를 둘러보는 등 몽골군 전사戰史에 관한 한 웬만큼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는 김윤후가 몽골군사령관 살리타이를 사살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는 용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최근 나는 한때 역적으로 비난받던 포은 정몽주가 왜 충신으로 둔갑했는지 그 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알고나면 웃기지만, 어쨌거나 반향이 없다. 몰라서 혹은 귀찮아서 그럴 것이다.

수지아트홀 혹은 아르피아라고 불리던 길쭉한 굴뚝 건물이 왜 포은아트홀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아트홀이라는 곳에 성리학자 호를 갖다 붙인 저의를 모르겠다. 혹시 시조 단심가 불렀다고 시인으로 간주했는지는 모르겠다. 용인 역사에 변변한 문화예술인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는 사람이라곤 정몽주 밖에 없어 그랬는지는 더더욱 모를 일이다. 그럼 장욱진은 수원 사람이나 광주 사람인가?

 

안성이나 용인이나 문화를 외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문화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문화는 말 몇 마디로 일어나지 못한다. 반드시 가슴으로 느끼고,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야 살짝 눈을 뜬다. 처인성이 무너지든말든, 백제시절 백자터에 잡초가 나든말든, 김윤후가 몽골군사령관을 쏴죽이든 말든, 백남준아트센터가 있든말든, 국악당이며 도립박물관이 있든말든..... 땅 생각만 하며 살면 용인시는 품과 격이 떨어지는 싸구려 도시가 되고 말 것이다.

 

6월 13일 / 이 글이 <용인타임스 카페>에 먼저 올라간 뒤 오늘 아침 9시 40분, 안성시 담담 국장의 전화가 걸려와 몇 가지 해명을 했다. 그간 안성시가 고은 선생에게 공을 들이긴 했으나 재정이 열악한 안성시 수준으로 대시인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대신 고은 선생은 수원으로 이사할 때 30여년 자신이 살아온 대림동산 자택을 안성시가 매입해 기념관이든 도서관이든 활용하면 어떠냐는 타협안을 내신 모양이다.

 

한편 안성시는 3개 도서관 명칭을 그간 중앙도서관, 공도 도서관, 보개 도서관으로 부르다가 최근 조병화 도서관, 박두진 도서관, 고은 도서관으로 개칭하는 문제를 지역 문인들과 의논 중이라고 한다. 일언이폐지하여 "부럽다!". 용인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니까. 정몽주에 관해 문제를 제기해도 전화는커녕 콧방귀도 안뀐다. 아, 포은문화제 비판한 용인인터넷신문에는 고소할 테니 기다리라는 협박 전화가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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