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문화유산/우리나라의 볼거리

운조루의 인심, 타인능해

윤의사 2012. 1. 27. 15:58

요즈음 대기업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소상공인들의 먹을거리까지 가져가려고 한다.

있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부족한 듯 하다.

오늘날 있는 사람들이나보다 못한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자본주의가 실패했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1%와 99%의 편가림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우리 조상들 중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을 찾아보자.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 가면 운조루가 있다.

조선 영조 때 유이주(柳爾胄 1726∼1797)가 낙안군수로 있으면서

78칸으로 지은 집으로

사랑채, 안채, 행랑채, 그리고 사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여년이 흘렀지만 건물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보수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운조루의 자랑이라면 정지간에 앉은 큰 나무뒤주이다.

그 마개에 써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가

이 뒤주의 깊은 뜻을 말한다.

‘다른 사람도 마음대로 이 구멍을 열 수 있다’

는 뜻이니, 여기에는 류이주가 이 집을 지은 이래

줄곧 이어져온 류씨 집안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나눔’을 생각한 전통을 가진 유물이다.

 

지금도 종부인 이길순 할머니가 살고 있다.

할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두 가마 반 쌀이 들어가는 큰 뒤주에 들어가는 쌀이 1년에 36가마.

2만평 농사에 1년이면 200가마를 내던 유씨 집안은

수확량의 약 1/5에 가까운 량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흔적 없이 베풀었던 것이다.

이 집안 며느리가 지켜야 할 으뜸되는 가르침은

“항상 매달 그믐날에는 뒤주에 쌀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 집안의 가르침에는 굴뚝도 담보다 아주 낮게 하여

밖에서 보이지 않게 하였다.

밥을 하는 연기를 밖으로 새나가게 하지 않기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바로 백성들에게 우리 집안만이 풍요하게 산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함이었다.

 

운조루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정신은 운조루 마당 곳곳에 훈훈한 이야기로 스며 있다.

 

운조루 현판,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뜻이다.

 

큰사랑채인 운조루

 

나무로 만든 뒤주, 타인능해의 글씨가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