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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을 외우는 것은 관리의 의무

윤의사 2011. 3. 11. 07:36

우리나라의 수학은 일찍부터 발전했다.

서양에서도 수학이 발전했지만 중국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오히려 서양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옛날 사람들은 ‘수학’을 ‘산학’ 또는 ‘철술’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의 수학은 중국에서 263년에 유휘(劉徽)라는 학자가 정리한

『구장산술(九章算術)』이라는 수학책을 통해서 공부하였다.

이 책에서는 면적을 구하는 법, 더하기와 빼기, 나누기 등이 나와 있다.


그 중에서도 수학의 기본이라고 할 구구단은

삼국시대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곱셈 구구를 외던 방식은 “一一如一, 一二如二, 二三如六……” 식의 노래 형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더구나 조선시대의 세종대왕은 관리로 하여금 구구단을 의무적으로 외우게도 하였다. 나눗셈, 덧셈, 뺄셈의 9.9도 노래 형식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학 교과서와 같은 방식의 곱셈 구구표가 처음 나온 것은

1907년 대한 예수교가 발행한 『산학신편(算學新編)』이며,

한글 전용 가로 쓰기로 12단까지 나와 있는 점이 오늘날과 다른 점이다.


구구단과 더불어 조선 시대에 수학은 매우 발달하였다.

숙종 39년(1713)에 청나라와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지름이 10척(오늘날의 3.3M)인 원에 오각형이 있다면 한 변의 길이는?”

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수학 경시 대회를 가져 우리나라 학자가 승리를 한 경우도 있다.

또한 관리들이나 학자들이 술을 먹으며 수학에 관련된

한시를 짓기도 하였다. 즉,


독한 술을 한 병 마시면 세 명이 취하고/

순한 술을 세 병 마시면 1명이 취하네/

순한 술과 독한 술을 합해서 19병이 있는데 33명이 마시고 모두 취했네/

순한 술 독한 술을 각각 얼마씩 마신 셈인가?/”


이라는 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 수학의 발전은 아주 오랜 옛날 무덤이나 집을 지을 때에

‘피타고라스 정리’라고 불리는 ‘구고현법’이 이미 쓰여졌다는데서 알 수가 있다.

삼각형은 각과 선(線)이 셋이 있다.

또한 직각 삼각형에서 가장 간단하고 재미있는 것은

길이가 3:4:5의 비율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국정 수학 교과서에는 이 직각 삼각형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소개하는 첫 대목에 등장한다.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은 오랜 옛날 이집트에서 나일강이 자주 넘치자,

이를 막기 위한 강둑을 쌓는 일에서 나온 학문이다.

그리고 이를 정리한 사람이 바로 그리스의 수학자 피타고라스라는 사람이다.


이러한 서양의 피타고라스 정리가 동양에서는 그보다 더 빠르거나 적어도 같은 시대부터 사용했다.

고대 동양 수학의 대표적인 교재인 『구장산술(九章算術)』은

9개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인데,

그 마지막 단원의 이름이 바로 ‘구고(句股)’라 되어 있다.

바로 이 부분이 직각 삼각형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 풀이가 나오는 장이다. 이 책의 마지막 9단원에서 짧은 변은 ‘구(句)’, 긴 변은 ‘고(股)’, 그리고 빗변은 ‘현(弦)’이라고 불렀다.

첫 문제가 “구 3자, 고가 4자일 때 현은 몇 자인가?”인데 정답은 “5자”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구와 고를 각각 제곱하여 합한 다음 그 제곱근을 얻으면 된다”라고 풀이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이들 세 변의 관계를 ‘구고법(句股法)’ 또는 ‘구고현법(句股弦法)’이라 불렀던 것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무덤을 만들거나 저수지를 쌓거나 궁궐을 건설할 때 사용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 정리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883년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漢城旬報)’에서였다.

이때부터 우리 것인 구고법을 잊어버리고 서양의 것인 ‘피타고라스 정리’라고 한 것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수학 교과서에서 ‘피타고라스 정리’가 아닌 ‘구고법’ 또는 ‘구고의 정리’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전통 문화를 살리는 정신이 이 분야에서도 필요하리라 본다.


그러므로 옛날에 우리나라의 수학은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했다.

이를 계승 발전시킨 사람들은 호조(지금의 기획재정부)에 소속된 산관(算官)이었는데, 이들은 중인 계급으로 주로 자손으로 계승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