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王宮) 내에서는 일반 민가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다른 특수한 용어가 많았다. 이렇게 궁중(宮中)에서만 쓰는 말을 궁중어(宮中語), 또는 궁정어(宮廷語)라고 했다. 어느 나라든지 궁정은 그 나라 문화의 중심이어서 한 나라의 표준적인 말이 통용되었지만 상당수의 어휘와 표현법은 일반 민가와 차단된 상태에서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궁중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고유어와 한자어 그리고 몽골어 계통의 차용어(借用語)가 그것이다. 먼저 고유어 계통을 살펴보면, 머리는 ‘마리’로 쓰여 ‘머리를 빗겨 드리다’를 ‘마리를 아뢰다’로 했으며, 민가는 ‘밧집’으로, 다리미는 ‘대루리’로 쓰였다. 소화제는 ‘소화반’으로 쓰여 “소화제를 주십시오” 하는 말을 “소화반 하나만 물어 주옵소서”라고 표현했다. 또한 일반 민가에서 쓰는 말이 특수한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예를 들자면 아니꼽다(마음에 끌리지 않다), 상(常)없다(버릇없다), 미안하다(서운하다), 두굿겁다(기쁘다) 등이 있다. 이 밖에 조치(국물을 바특하게 만든 찌개나 찜 다위를 일컬음), 건개(건건이, 반찬), 장과(장아찌), 송송이(깍두기), 조리개(장조림), 봉지(왕이나 왕비의 바지), 소고의(왕비의 저고리), 단늬의(왕비의 속치마), 기수(이불), 기수잇(이불잇), 프디(요) 등이 있다. 둘재로, 고유어를 한자어로 표기했는데, 기별(奇別:소식), 조보(朝報:소식), 가자(茄子:가지), 빗(色:계원) 등이 있으며, 권위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말에 의궤(儀軌:궁중 행사의 기록), 치사(致詞:왕에게 드리는 축하문), 입시(入侍), 나인(內人) 등이 있다. 왕이나 왕비의 신체 부분, 의복, 배설물, 도는 그들의 행동 등에 관한 어휘도 주로 한자를 사용했는데 용안(龍顔:왕의 얼굴), 성체(聖體:왕의 신체), 어수(御手:왕의 손), 어진(御眞:왕의 사진이나 초상화), 안정(眼精:눈), 구순(口脣:입), 액상(額上:이마), 수조(手爪:손톱), 수지(手指:손가락), 각부(脚部:왕이나 왕비의 다리), 비수(鼻水:콧물), 한우(汗雨:땀), 후수(後水:뒷물), 혈(血:피), 안수(眼水:눈물), 매화(梅花:대변), 통기(通氣:방귀), 보경(寶經:월경), 어하다(御―:행동하다), 감하다(鑑―:보다), 법복(法服:예복), 족건(足巾:버선), 부정한 곳(不淨―:화장실) 등이 잇다. 셋째로, 차용어가 있는데, ‘수라’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임금의 진지를 가리키는 말인데, 중세 몽골어의 탕(湯)을 의미하는 ‘술런’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원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 때 태자들이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 갔다가 돌아와서 왕위에 올랐는데, 이 때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한자로 ‘水喇’라고 표기하지만 단지 ‘수라’라는 발음을 한자로 옮긴 것으로 별다른 뜻은 없다. 한자어 계통의 차용어로 ‘마마’를 들 수 있다. 이 말은 한자어 ‘마마(媽媽)’처럼 칭호 아래 붙여서 사용했다. 이 밖에 수건(手巾)을 ‘수긴’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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