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엄한 임금이 사시는 궁궐, 궁궐의 추녀 밑에 제비가 집을 지었다면 어떤 문제가 나타날까? 아마 세 가지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첫째는 제비에게서 나오는 분비물로 인하여 궁궐의 추녀를 비롯하여 추녀 아래쪽까지 지저분해질 것이다. 더구나 새들의 분비물의 성분 중에는 위엄을 자랑하는 궁궐의 단청을 색을 바래게 하는 성분이 있다. 단청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도 궁궐의 추녀 밑에는 제비집을 짓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둘째는 지엄한 임금이 사시는 궁궐의 추녀 밑에 제비집이 있다는 것이 볼성사나울 것이다. 어지 제비와 같은 미물이 지엄한 임금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셋째는 제비가 있으면 제비를 잡아먹기 위한 뱀이 드나들 것이다.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은 자신이 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하기 위함이다. 제비알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것이 바로 뱀이다. 그러면 궁궐에 뱀, 특히 구렁이가 나타날 것이요, 위엄과 품위를 보여야 할 궁궐에서 살생이 일어난다면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면 궁궐의 신성함과 권위가 깨진다는 믿음이 있었으므로 이를 피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궁궐의 추녀 밑에는 ‘부시’라는 것을 설치하였다. 부시는 추녀 밑에 그물을 설치한다든지, 삼지창 모양의 장식을 공포의 출목이나 익공, 지붕에 설치하여 새들이 궁궐 지붕이나 추녀 밑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부시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 중종 15년(1520) 12월의 기사에 경복궁의 경회루를 고치는 기사 중에 <왕이 이르기를 “경회루는 바로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는 곳으로 이 누(樓)를 본 중국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게 여겼다. 그런데 전부터 청와(靑瓦)로 이지 않고 있으니 어째서인지 모르겠다. 근정전은 모두 청와로 이었는데 만약 ‘정사를 처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여 그렇게 했다면, 함원전 · 서현전도 모두 청와로 이어야 한다. 어제 해당 관청이 경회루를 수리하려 하였기 때문에 말하는 것인데, 이제 청와로 고쳐 이게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이는 사치스럽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나라 사신의 관람을 위해서인 것이다. 또 경회루에 많은 들비둘기가 깃들고 있으므로 더렵혀져서 칠을 다시 해야 하는데, 이 폐단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철망을 만들어 둘러친다면 만드는 공력은 쉽지 않겠지만 한번 만든 뒤에는 비둘기가 깃들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칠을 해야 하는 비용도 덜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나와있으니, 조선 초기부터 비둘기 등의 새들이 궁궐에 집을 짓는 것을 막이 위해 부시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조선시대에 궁궐을 지을 때 임금의 권위와 궁궐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하여 제비와 비둘기같은 새가 집을 짓지 못하게 부시를 만들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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