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의 우리말 이야기

소개합니다.

윤의사 2008. 12. 19. 13:52

아재운선생은 <토정비결>이라는 밀리온셀러를 남긴 작가입니다.

이분이 한겨레신문에 연재하시고 있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예담출판사)의 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은연중에 쓰는 말들이 잘못 쓰이고 있는가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이재운의 <우리말의 탄생과 진화>

- 승려들을 따라 들어온 불교 어휘

 

언어는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 우리나라에서만 말이 생겨나고 쓰이는 게 아니다. 이웃 부족, 이웃나라의 말이 들어오기도 하고, 우리말이 넘어가기도 한다. 이웃나라에 있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없으면 말과 함께 들어오고,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 이웃나라에 없으면 말과 함께 넘어간다. 우리 김치는 김치라는 어휘와 함께 일본으로 들어가고, 미국의 컴퓨터는 computer란 어휘와 함께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것, 이것이 말의 자연스러운 교류 현상이다.

 

더구나 새로운 문명이나 특별한 문화가 밀어닥치면 그에 따른 어휘가 밀려든다. 신라의 백제 병합 이후 신라말이 한반도 서쪽으로 밀물처럼 들어왔듯이 우리말에도 그런 일이 자주 있었다.

지금도 학자들간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백제의 지배층은 북방계열의 고구려어를 쓰고, 피지배층은 마한, 변한 등이 쓰던 말을 그대로 썼을 것이라고들 한다.

 

아마도 우리말 역사에서 규모가 큰 어휘 증가 사례를 찾자면 ‘불교 전래’는 순위에서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불교 전래 외에 우리말이 겪은 변화를 보면 고려 전기의 유교 전래, 고려 후기의 한몽 연합, 조선 중기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조선 후기의 천주교와 기독교 전래, 서양문물의 전래, 일제 강점, 육이오전쟁과 미국 문화 전래, 컴퓨터 등 신기술의 유입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다.

 

이처럼 고구려의 소수림왕, 백제의 침류왕, 신라의 법흥왕 때부터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기 시작하고, 불교 어휘가 대량으로 밀려들어왔다. 오늘날 쓰고 있는 불교 어휘의 대부분이 이 시절에 들어온 말이다. 지금도 불교 어휘임이 명백한 것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일반명사로 굳어져 어원을 밝히지 않으면 잘 알아볼 수 없는 것도 많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사찰에서만 쓰는 전문 어휘가 따로 있고, 민간으로 확산된 불교 어휘가 따로 있다.

불교에서 온 말일까 싶을 정도로 특이한 것들만 감상하자.

 

강당, 거사, 건달, 걸망, 걸식, 공부(工夫)

과거 현재 미래, 관념, 교만, 노파심

누비옷, 늦깎이, 다반사, 단도직입, 단말마

대중(大衆), 도구(道具), 동냥, 말세, 망상

명복(冥福), 명색(名色), 무심, 무진장

밀어(密語), 방편, 범부, 분별, 불가사의

선남선녀, 세계(世界), 스승, 시달리다,

실상, 아비규환, 아사리판, 아귀, 아수라, 야단법석

외도, 유명무실, 이바지하다, 인연, 자유자재

점심, 중생과 짐승, 지사(知事), 지혜, 착안(着眼)

찰나, 참회, 출세, 탐욕, 투기(投機), 행각(行脚)

현관(玄關)

 

이재운(소설가『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대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