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우리역사문화사전

백의민족

윤의사 2007. 9. 23. 12:25
고려 공민왕 때 음양오행설에 따라 흰옷 착용을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조선시대에 와서도 여러 차례 백의 금지령이 내렸으나 번번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흰 옷 숭상은 뿌리 깊음을 나타낸다.
우리 민족을 흔히 백의민족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백색 옷, 즉 흰 옷을 즐겨 입었던 데서 비롯된 말이며, 줄여서 백민이라고도 했다.
언제부터 흰 옷 입기를 좋아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중국과 우리나라의 여러 문헌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부여부터 시작하여 삼국, 고려,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래 되었던 것 같다. 중국의 문헌인 ‘삼국지위지동이전’에 의하면 ‘부여 사람들은 옷의 빛으로 흰 색을 숭상했다. 흰 삼베로 도포를 만들어 입는데 소매가 몹시 넓고, 또 바지도 희게 입는다’고 하여 부여 사람들이 이미 백의를 입고 있었다고 하였다.
흰색은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태양숭배 사상이 강해 광명을 나타내는 뜻으로 흰색을 신성시하고 흰옷을 즐겨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흰색은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색이요, 영원히 죽지 않는 색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의 흰색, 흰 옷 숭상은 뿌리 깊은 것으로, 민족정신을 뜻할 만큼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고려 말기에 흰 옷을 입음으로써 우리나라가 발전을 못한다고 우필홍이 주장하자 공민왕은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흰색 모시옷을 입지 말지어다.”

그러나 흰 옷을 계속 입었다. 그리하여 조선시대 때에도 흰 옷을 입는 것을 금지하려고 했었다. 명종 때 조식이 흰 옷은 장례식 때 입는 옷이므로 금지해야 한다고 상소하여 금지했다. 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여러 차례 국난을 겪는 동안 흰 옷을 입게 되었으나, 흰색은 장례식 때 입는 옷이므로 금지했다고 씌어 있다. 또한 태조 7년(1398) 남녀의 흰 옷 착용을 금지했고, 태종 1년(1401)에 다시 흰색 의복을 금지했다. 세종 7년(1425)에도 궁궐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흰 옷 착용을 금지했다. 그 뒤 영조 14년(1738)에도 흰 옷 착용을 엄히 금지했다.
이와 같이 여러 차례 흰 옷 착용을 금지한 것은 신분 구별을 뚜렷이 하고 사치를 금해 검소한 생활을 하기 위함이었다. 여러 차례 흰 옷 입는 것을 막으려고 하였으나, 계속 우리 민족이 입었던 것은 곧 흰 옷을 입는 습관이 끈질기게 우리의 옷 입는 생활을 지배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근대 이후 생각의 변화와 시대의 변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갓난아기에게 흰 옷을 입히고 죽을 때 또한 흰 옷을 입히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흰 옷으로 일생을 시작하고 마친다고 할 정도로 흰 옷의 착용은 뿌리 깊은 우리의 풍습이다. 
 
--이 글은 한국교육신문에 연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