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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국민의 심부름꾼

윤의사 2007. 12. 16. 10:30
오늘날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남자건 여자건 선배를 부를 때 ‘형(兄)’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원래 형이란 남자 동기간(同氣間) 가운데서나 한 항렬 사이에서 나이가 자신보다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에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도 ‘민형’, ‘김형’하면서 상대방을 높이면서 친근감을 나타내는 호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여자들이 남자 선배들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은 웬지 듣기가 거북하다. 오늘날 흔하게 쓰고 있는 이 ‘형’이라는 호칭이 관직에서 나온 말이다. 원래는 고구려 때 벼슬 이름에 쓰이던 호칭으로, 지금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태대형(太大兄), 장관급에 해당하는 대형(大兄), 차관급에 해당하는 소형(小兄) 등이 있었다. 이 밖에 호칭에 관한 문헌인 중국의 《칭위록(稱謂錄)》에 보면 ‘고려 땅에서는 장관을 형이라 부른다’는 구절이 나온다. 백성들은 친근하게 관리들을 대하고, 관리들은 백성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라는 뜻이다. 또한 관리 중에는 사자(使者)와 대사자(大使者)가 있다. 사자는 심부름꾼이다. 백성들을 낮추면서 자신을 높여 다스리는 것이 아닌, 백성들의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는 위민사상에서 나온 관리의 이름이다. 고구려 뿐만 아니라 백제의 관직명도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었다. 백제의 관직명 중에 ‘은솔(恩率)’, ‘덕솔(德率)’의 관직명이 있다. 백성들을 은혜롭게 거느린다고 하여 ‘은솔’이라고 했으며, 백성들을 덕으로 거느린다고 하여 ‘덕솔’이라고 했다. 백성들이 당면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줄 수 있는 관리들이 아니던가? 고구려와 백제의 관직명은 그대로 고려에도 이어졌다. 고려시대 장관의 명칭은 ‘상서(尙書)’이다. 상서는 지방 세력이 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방 세력가의 자식을 중앙 정부에 인질로 잡아두는 제도에서 유래가 되었다. 이 인질들은 주로 중앙 정부와 지방 간에 연락을 주로 하는 사람이었다. 바로 심부름꾼인 셈이다. 고려 시대의 상서는 바로 ‘백성들의 충실한 심부름꾼’인 셈이다. 요즘 행정 각부의 우두머리인 장관(長官)은 백성들의 심부름꾼이기 보다 관청의 우두머리이다. ‘장관’은 ‘한 관청의 우두머리’이기도 하지만 ‘군대에서 장군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오늘날 소위 이상인 ‘종9품 이상의 장교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왕조 국가에서도 ‘백성의 충실한 심부름꾼’으로 불린 관청의 우두머리를 민주 국가인 오늘날에 오히려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국의 장관을 뜻하는 ‘미니스터(minister)’도 ‘심부름꾼’이며, 미국의 장관을 뜻하는 ‘시크리터리(secretary)’도 비서라는 뜻으로 역시 ‘심부름꾼’이다. 이제 얼마 있으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이다. ‘장관’이라는 명칭을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