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우리역사문화사전

추운 지방 사람들은 태어난 아기를 찬물로 목욕시켰다

윤의사 2023. 12. 27. 19:54

兒旣生矣當洗(아기생의당세)         아이 태어나면 마땅히 씻어야 할 터

盆中貯來淸水(분중저래청수)         동이에 맑은 물 담아 오거라

水雖冷兮兒莫啼(수수랭혜아막제)  물이 비록 차더라도 아이야 울지 말라

百病消除堅骨理(백병소제견골리)  온갖 병 없애고 뼈와 피부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란다

北方苦寒又多風(북방고한우다풍)  북쪽 지방 너무 춥고 또 바람이 많아

耐寒耐風從今試(내한내풍종금시)  추위 바람 참는 것 나서부터 경험하게 하네

 

이는 조선 후기 문신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가 지은 한시 ‘아기생(兒旣生)’으로 한시집 <북새잡요(北塞雜徭)> 62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시는 갓 태어난 아이의 배냇물을 씻어내는 모습을 그렸다.

함경도 지방 가운데 마천령 이북 지역인 북관(北關) 사람들이 매서운 추위와 차디찬 바람이 있는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식으로 갓 태어난 아이를 적응시키기 위한 것이다.

홍양호가 쓴 <북새기략(北塞記略)>을 보면

“아이가 배에서 나오자 곧바로 동이물에 넣어서 피를 씻어내는데, 이것을 ‘태열(어린애가 태 안에서 받은 열이 태어나서도 있는 병증)을 없애준다.”’

따뜻한 물이 아닌 차가운 물로 아이를 씻어내는 것은 북관 사람들이 매서운 추위와 찬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고유한 생활방식이라고 하겠다.

<북새잡요(北塞雜謠)>는 홍양호가 1777년 경흥부사로 있을 때 지은 작품이다.

여기에는 당시 북관민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민요와 민요풍의 시조 등을 한시로 개작한 작품 62수가 실려 있다. 

북관에서 생활하는 백성들의 정과 풍속을 노래한 시다.

홍양호는 <북새잡요>에서 자신이 경험한 북관민의 노동요나 동요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즉 북관민의 생활현장과 풍속을 표현하였기에 북관의 풍속과 삶의 토속적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실학적인 면이 있었으며 중화사상을 부정했으며 <해동명장전>을 저술해 고구려 영토에 대한 회복도 염두에 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