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동쌤의 역사 속의 오늘은?

오늘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

윤의사 2022. 1. 5. 10:17

198215일 자정을 기해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도 야간통행 금지가 없어졌다.

이제 한국인들은 자정부터 오전 4시 사이에도 집 밖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자정이 다가오면 서둘러 집으로 가기 위하여 막차나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술집들도 밤 11시에서11시30분 사이에는 어김없이 문을 닫았다. 

집으로 가기에 버거운 사람들은 근처의 여인숙이나 여관을 찾았다.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거리는 고요와 적막만이 존재했다.

이전까지 자정부터 오전 4시 사이에 거리로 나올 수 있는 일반인들은 충청북도와 제주도 사람들 뿐이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 1224일 자정부터 크리스마스날 오전 4시까지와 1231일 자정부터 새해 첫날 오전4시까지는

야간통행 금지가 해제되었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광교부근에서 야간 숙직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 크리스마스 이브와 12월 31일 밤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후유증이 숙직하던 건물 이곳 저곳에 남아 필자가 닦아내느라 고생한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야간통행금지는 남북분단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남북분단이 있었기에 전시가 아닌 평시의 야간통행 금지는 시민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나

한국인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것을 해제한 사람은 바로 한국 현대사에서 비정상적으로 집권한 전두환 정부였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는 독일 점령기의 파리를 '야간통행금지'라는 시로 은유한 바 있다.

 

어쩌란 말인가 문은 감시받고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갇혀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거리는 차단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정복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굶주려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무장해제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밤이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조선시대에는 사대문이 닫히고 백성들의 통행이 금지되는 이경(밤 10시경)과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오경(새벽 4시경) 만큼은 종로 보신각에 있는 대종을 쳐서 널리 알렸다.

이경에는 대종을 28번 쳤는데 이를 인정이라 했고, 오경에는 33번 쳐 이를 파루라 했다.

인정에는 28번을 친 것은 우주의 일월성신 이십팔수(28별자리)에게 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고,

파루에 33번을 친 것은 제석천(불교의 수호신)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에게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편안하기를 기원한 것이었다.

서울 보신각 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