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동쌤의 역사 속의 오늘은?

오늘 숙종 때 과거의 부정 방지 방법을 찾도록 하다

윤의사 2021. 12. 26. 11:02
<숙종실록> 33권, 숙종 25년(1699) 12월 26일 

옥당관(玉堂官)을 소대(召對)하였다. 임금이 이르기를,

"태학(太學)은 본보기가 되는 곳인데 사습(士習)이 점차 투박하여지고, 과거(科擧)는 사람을 쓰는 근본인데 장옥(場屋)에 간사한 짓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이 폐단을 막을 수 있겠는가?"

하니, 검토관(檢討官) 오명준이 청하기를,

"대사성(大司成)을 특별히 구임(久任)시키고, 대비과(선조 이후 3년마다 실시되는 시험으로 식년시로 전시와 같은 것임)  이외에는 과거를 자주 설행하지 마소서."

하고, 참찬관(參贊官) 송정규는 아뢰기를,

"문신(文臣) 가운데 글에 능하고 공정한 사람은 미리 초계하였다가, 과거에 임박하여 성상께서 낙점(落點)하여 내리소서. 차비관(差備官)도 지망(문벌과 명망)이 있어 신명을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가린다면 폐단을 구제할 수 있을 것습니다."

하니, 임금이 헤아려 강구(講究)하라고 윤허하였다.

 

실록에서 보듯이 과거를 보면서 나타나는 부정은 굉장히 성행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시행된 과거 시험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응시자수의 증가로 인하여 적서(嫡庶)의 차별에 의하여 제한을 했지만, 여전히 응시자는 많았다. 숙종 때에 성균관에서 과거 시험을 치를 때 6, 7명의 과거 응시자가 짓밟혀 죽는가 하면, 정조 24(1800)에 실시한 과거 시험에서는 참가자가 103579명이요, 받아들인 시권만도 32664장에 이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이에 관리가 된다고 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그리하여 과거 시험에서 부정 행위(컨닝)가 빈번했으니,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의영고(義盈庫):정답을 쓴 종이를 콧속에 숨김 협서(挾書):정답을 적은 작은 종이를 붓대 끝에 숨김. 혁제(赫蹄):시험관과 응시자가 서로 짜고 결탁하는 행위로 이것을 막기 위하여 명경과에서 사서오경의 암송 시험 때에는 과거 응시자와 시험관을 분리시키는 장막을 쳤으니, 오늘날의 대입 예체능 시험과 같다고 하겠다. 또한 역서(易書)라 하여 시험관이 과거 응시자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서리가 붉은 글씨로 다시 쓰기도 하였다. 절과(節科):시험보기 전 실력있는 사람과 공모하거나 매수하여 합격자의 답안지에 자신의 이름을 바꾸어 붙이는 행위이며, 옆에 앉은 사람과 시험지를 바꾸었을 경우에는 환권(換券)이라고도 함. 차술(借述):남의 답안을 베끼거나 대리 시험을 보는 것. 이석(移席):과거 응시자는 시험 보는 동안 단 한 번 차를 마시거나 소변을 보기 위해 이석이 허락되었으나 무단 이탈한 경우. 제 자리가 아닌 남의 빈 자리에 옮겨 앉는 것은 참월(攙越)이라고도 함. 응시자 간의 간격은 사방 6자 간격임 낙지(落紙):답안지나 초고지(草稿紙)를 짐짓 땅바닥에 떨어뜨려 답안을 보이게 함. 설화(說話):옆사람과 은밀히 말을 나눔. 고반(顧盼):눈동자를 굴린다는 뜻으로 사방 팔방을 둘러보아 남의 답안을 훔쳐 봄. 음아(吟哦):입속에서 우물우물 중얼거리는 행위로, 특히 시운(詩韻)을 잡을 때 많은 암시를 줄 수 있고,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음.

이렇게 수법도 다양했으며 치밀했다고 하겠다. 이에 국가에서는 책이나 문서를 가지고 과거장에 입실했을 경우에는 3~6년간 과거 시험의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몰래 보다 들키면 곤장 1백대와 징역 3년의 강경한 조치를 취하였다. 과거 시험장에서의 부정 행위는 한양가 중 과거 보는 장면에 잘 나타나 있다.

 

현제판밑 설포장에 말뚝박고 우산치고

휘장치고 등을 꽂고 수종군이 늘어서서

접마다 지키면서 엄포가 사나울사

그 외의 약한 선비 장원봉 기슭이며

궁장밑 생강밭에 잠복치고 앉았으니

등불이 조요하니 사월팔일 모양이다.

어악이 일어나며 모대한 한시네가

어제를 고아들고 현제판 임하여서

홍마삭 끈을 매어 일시에 올려다니

만장 중 선비들이 붓을 들고 달아난다.

각각 제첩 찾아가서 책행담 열어 놓고

해제를 생각하여 풍우같이 지어 내니

글하는 거벽들은 귀귀히 읊어 내고

글씨 쓰는 사수들은 시각을 못 머문다.

글 글씨 없는 선비 수종군 모양으로

공석에도 못 앉고 글 한 장을 애걸한다.

과거시험 답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