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이야기

성남 강정일당선생(아내의 잔소리)

윤의사 2020. 9. 4. 15:46

정일당유고 (靜一堂遺稿 ) 척독 (尺牘 )에 보면 강정일당선생이 남편 윤광연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실렸다.

잔소리는 누구에게 듣건 싫은 것이지만...

원래 세 여자의 말을 잘 들으면 인생이 잘 풀린다고 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바로 안사람이다.

아마 강정일당 선생도 남편 윤광연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븐 이미지로 비쳐질까 걱정하면서 잔소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블방을 찾으시는 분들도 안사람의 말을 잘 들어 평안한 가정을 이루시기를...

 

 

조금 전에 밖에서 돌아오실 때 아무개의 집에 들르셨다는 것 같던데, 그것이 사실인지요?

그 집이 본래는 사대부 집안이라도 지금은 술을 팔고 있습니다.

(내외술집으로 추측됨-사대부집에서 살림이 어려워 사대부 집안의 전통 음식을 안주로 술과 함께 팔았는데,

주모나 종업원이 없이 셀프 음식점 비슷하게 술집을 운영하였다.)

당신이 지인(知人)과 함께 가신 것은 실로 우연이겠지만, 남들이 어찌 술을 사 먹으러 갔다고 말하지 않겠습니까.

옛사람의 시에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는 법, 의심받을 곳에는 가지를 말라.”라고 하였으니,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금 전 당신이 누군가를 꾸짖으며 지나치게 성을 내셨다고 하니, 이는 중도가 아닙니다.

설사 이렇게 해서 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이미 바르지 않은데 어찌 옳다고 하겠습니까.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주역 음식을 절제하라.”라고 하였습니다.

술은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니, 음주를 절제하여 덕을 길러나가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에는 무슨 일로 아무개를 심하게 나무라셨는지요? 혹 지나친 책망은 아니었는지요?

 

목소리나 표정, 언어는 군자가 더더욱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시경 온순하고 공손한 사람은, 오직 덕의 바탕이니라.”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은 남을 꾸짖을 때에 온화함이 부족하기에 감히 말씀드 립니다.

 

익재(益齋:황윤종)가 어려서부터 술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을 두고

당신이 늘 사대부다운 행실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아무개 집에 자주 가시니 이는 어찌 된 일입니까?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위배되는 듯하니, 고치도록 힘쓰시기 바랍니다.

 

낮잠을 자면 기운이 어둡고 의지가 약해지며,

말이 많으면 원망이 생기고 비방이 일어나며,

술을 많이 마시면 성품을 해치고 덕을 손상시키며,

담배를 많이 피우면 정신을 손상시키고 오만한 마음을 키우니,

모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군자는 예가 아닌 것은 말하지 않으며,

괴이함(怪異)ㆍ용력(勇力)ㆍ패란(悖亂)ㆍ귀신(鬼神)은 공자(孔子)께서도 말씀하지 않았습니다.

 

요사이 문하의 젊은이들이 이로움이나 괴이함에 대해 말하면서 쓸데없이 날을 보내고 있다 합니다.

어찌 저들을 엄히 꾸짖어서 용모를 바르게 하고 글을 읽도록 하지 않으십니까?

당신에게 배우러 온 사람 중에는 학문에 대한 의지가 시종 변함없는 자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은 남을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돌이켜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만약 말에 진정성이 없거나 행실이 독실하지 않아 스스로 수양하는 실상이 없다면 어떻게 남을 단속할 수 있겠습니까. 대학자기가 선해야만 다른 사람에게 선을 요구할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 이 점에 힘쓰기를 청합니다.

 

정일당 선생 사당

 

정일당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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