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밥상 위의 한국사

우유는 약

윤의사 2019. 4. 3. 19:27

우리나라에서 우유는 삼국시대에 먹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에 우유 짜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으로 7세기 중엽 백제 사람 복상(福常)이라고 일본 책인 『신찬성씨록(新撰姓氏錄)』에 나와 있다.

그 후에 고려 25대 충렬왕 때 몽고 공주를 부인으로 맞으면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유우소(乳牛所)를 설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 말 충렬왕 때부터 젖소를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되며, 이때부터 우유를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중종 때의 영의정 성희안(成希顔)이 상계(上啓)에 ‘우유는 귀중한 영양제이자 약제로서 왕실에서만 이용한 식품이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왕실에서 주로 마셨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유우소(乳牛所)가 설치되어 지방의 착유소(窄乳所)를 감독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 우유는 맛좋은 영양식으로 임금님이나 왕족들이 즐겨 먹었던 보양식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세종대왕은 건강이 나빠진 형님 양녕대군을 위하여 콩이나 쌀을 팔아 우유를 짜는 젖소를 사서 우유를 먹이도록 하였다. 13세 임금이 된 단종이 국상을 치루느라 피곤함이 역력하자 우유를 먹을 것을 황보인과 김종서가 권하고 있다.

정조는 겨울철이면 늘 우유로 만든 죽을 먹고 원기를 회복하였다.’고 한다.


정조의 초상화


궁궐 병원인 내의원에서도 몸이 허약한 상태거나 겨울에는 우유로 만든 죽을 권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인종의 건강이 나빠지자 내의원의 제조들이 우유로 만든 죽을 영양식으로 먹을 것을 권하자 인종이 신하들과 내의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선조가 몸의 기운이 없어하자 우유를 죽으로 끓여 마시면 기와 혈을 보양하여 열과 갈증을 없애준다고 하여 우유죽을 먹도록 했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인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는 농업에 관한 방법을 적었는데, 우유를 섭취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는 서술한 우유죽은, 죽을 쑤다가 반쯤 익거든 죽물을 따라내고 우유를 쌀물 대신 부어 끓인 뒤에 떠서 사발에 담고 사발마다 연유 반냥을 죽 위에 부어, 마치 기름처럼 죽에 고루 덮었을 때 바로 저으면서 먹으면 비길 데 없이 감미롭다고 하여 좋은 영양죽으로 우유죽을 추천하고 있다.


홍만선의 산림경제


우유를 약으로 복용하는 일도 있었다.

『동의보감』을 보면, ‘앵도창이라고 하여 목 위에 앵두 크기만 한 부스럼이 생기면 날마다 우유를 마시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하였고, 『증류본초』에서는 ‘대맥초 한 근과 백복령 가루 4냥을 생우유에 개서 먹으면 1백일동안 배가 고프지 않아 구황에 도움이 된다.’고 했을 정도로 우유의 영양성과 약재성을 풀어 놓기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우유를 생산하는데 있었다. 오늘날처럼 젖소를 키운 것이 아니므로 새끼를 낳은 어미소의 젖을 모아서 우유를 진상했기에 애꿎은 송아지만 굶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송아지가 굶으면 장래 농업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를 키우고 농사를 짓는데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으므로 농민들은 여간한 고통이 아니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중종은 '우유죽이 폐단이다'라고 하며 우유죽 먹는 것을 금지하였고, 영조는 우유를 짜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소를 잡는 것을 금지해서 당시 사람들이 한동안 소고기를 먹지 못하기도 하였다.
우유 때문에 봉변을 당할 뻔한 사람도 있었다. 바로 명종의 외척으로 권력을 행사하던 윤원형이었다. 그는 임금만 먹을 수 있는 우유죽을 만드는 기구를 집으로 가지고 나와 우유죽을 만들어 처자식과 첩까지 먹였다가 신하들의 상소로 귀양까지 갈 뻔하였다.
관리는 임금이 먹을 우유를 제 때 진상해야만 했다. 고종 1년(1901)의 실록을 보면 우유를 담당했던 봉진관을 제대 우유를 진상하지 못했다고 직무유기로 면직하고, 우유 감독관이었던 검독은 사법부로 이송해서 징계를 하려다가 고종이 용서하여 무마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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