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베이징대 120주년 기념사를 읽던 린젠화(林建華) 총장이 鴻鵠를 잘못 읽었단다.
지금 이 문제로 중국이 시끄럽다.
부럽다.
한국 같았으면 그럴 수도 있지, 까다롭게 군다, 잘난 척한다, 鴻鵠 모른다고 사는 데 지장없다, 등등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악다구니로 대들 텐데 중국은 발음 하나 틀린 걸 가지고 시끄럽고, 총장은 사과를 했단다.
나는 사전편찬자이기도 해서 이따금 오류를 발견하면 바른 풀이를 해주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맞춤법 틀리면 좀 어떠냐, 정겹지 않느냐 등등 별별 무식한 소리를 다 해댄다.
말은 핏덩어리가 지껄이는 옹아리가 아니다. 나도 알고 남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언어의 기능을 한다.
鴻鵠로 돌아가면, 중국어 발음은 홍후다. 린 총장은 홍하오라고 읽었다.
한국 같으면 이 정도는 봐줄만 하지 않느냐고 떠들겠지만, 문제는 이 어휘가 중학교 교과서에 나온다는 것이다.
진승이란 사람이 젊은 시절에 품을 팔러 다녔다. 그러던 중 지쳐 힘들 때면 친한 친구에게 “나중에 부귀해지더라도 오늘 일을 서로 잊지 말자.”
고 말했다. 그러자 날품팔이들이 말하기를 “날품 파는 주제에 별 소릴 다한다”며 핀잔했다.
그러자 진승이 이렇게 탄식한다. 내 글에 달려 있는 댓글 보고 가끔 내가 하는 소리다.
- 아, 제비와 참새가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어찌 알겠느냐.
(嗟乎 燕雀安知鴻鵠之志哉)
진승은 나중에 만리장성 축조 현장의 경비원으로 뽑혀 갔다가 거기서 경비세력 900명을 이끌고 난리를 일으켰다. 이것이 진승과 오광의 난이고, 이어 항우와 유방이 나타나 진(秦)나라는 망하고, 다툼 끝에 한(漢)나라가 선다.
鴻鵠의 우리 발음은 홍곡이다. 기러기 홍, 고니 곡이다.
난 한자 발음 자체를 없애고 우리말 그대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쓰는 한자 발음은 약 2천년 전의 발음인만큼 중국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는 화석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버려야 한다.
일본의 경우 朝日을 '아사해あさひ'라고 있는데 우리 옛말로 '아침해'라는 뜻이다.(해는 원래 아래아가 들어가 히로 읽힐 수 있다)
鴻鵠를 '기러기와 고니'로 읽으면 그만이고, 栗谷은 밤골, 白雲은 흰구름, 이런 식으로 읽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알아듣는 이가 별로 없다. 어쨌든 지금 살아 있는 한국인들이 뭐라고 거부하고 대들더라도 이 운동을 그치지 않으련다. 언젠가는 내 주장대로 한자를 읽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 위가 기러기, 아래가 고니다. 기러기와 고니는 높은 고도에서 날아다니지만 제비와 참새는 그렇지 않고 멀리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제비는 기러기와 고니처럼 높은 상공까지 올라가 날아가는데, 그 몸집만 가지고 이런 말을 잘못 지어낸 듯하다.
제비는 평균 시속 50킬로미터, 최대 250킬로미터까지 하늘을 나는 철새다.
봄에 한국으로 날아와 살던 제비는 겨울이 되기 전에 대만, 필리핀, 미얀마, 심지어 호주까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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