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우는 문화유산/우리나라의 볼거리

하피첩

윤의사 2016. 5. 15. 17:29

정약용의 형제는  약현,  약전, 약종 등 4형제가 있다. 그런데 모두 약용을 제외하고 모두 천주교와 관련이 있다. 약현의 처남인 이벽은 초기 천주교의 이론과 성립에 공헌했으며, 조선의 천주교 박해 상황을 중국에 있는 신부에게 알리려던 '황사영 백서 사건'의 황사영은 약현의 사위이다. 둘재 형인 약종은 천주교를 믿은 죄로 흑산도로 귀양을 갔다가 <자산어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을 남겼다. 셋째 형인 약종은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한문으로 된 성경책을 우리 말로 번역한 <주교요지>를 써서 포교에 크게 공헌한 죄로 와 관련되어 1801년의 '신유박해'로 처형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세례 교인인 이승훈은 정약용의 자형이었다. 외사촌인 윤지충은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거부하여 처형을 당하는 등 천주교와 깊은 관련이 있는 집안이었다. 정약용은 모든 가족이 천주교를 믿어 혹시 폐족이 될 것을 걱정하여 천주교와 거리를 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신유박해를 피해가지 못하여 전라도 강진으로 귀양을 갔다. 1810년에 정약용은 부인 홍 씨가 시집 올 때 입었던 빛바랜 치마를 보내왔다. 두 아들을 위해 치마를 오려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적어 서첩으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하피첩이라 이름 붙였다. 하피는 '노을빛 치마'라는 뜻이다. 3년 뒤엔 1801년 겨우 여덟 살이던 딸이  무사히 자라 혼인을 하게 된 것을 반가워 하면 남은 치마폭을 오려  ‘매조도(梅鳥圖)’라는 그림을 그렸다.

2015년 9월 서울 옥션에 나온 하피첩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7억 5천 만원에 사서 보존 처리 및 연구를 한 뒤 이번에 전시를 하였다.

 

 

<()으로 마음을 바로잡고, ()로 일을 바르게 하라>

 

 

 

 

 

病妻寄敝裙 병든 아내 낡은 치마 보내서,

千里託心素 천 리 먼 길 애틋함을 부쳤네.

歲久紅已褪 오랜 세월 붉은 빛이 바래니,

悵然念衰暮 만년에 서글픔 가눌 수 없네.

裁成小書帖 마름질로 작은 서첩을 이루어,

聯寫戒字句 자식들 일깨우는 글을 적는다.

庶幾念二親 부디 부모 마음을 잘 헤아려,

終身鐫肺腑 종신토록 가슴 깊이 새기려무나.

 

 

 

 

 

매조도 - 고려대 박물관 소장

 

翩翩飛鳥 파르르 새가 날아

           息我庭梅 뜰 앞 매화나무에서 쉬네.

                                                         有烈其芳 매화 향기 진하여

                                                         惠然其來 홀연히 찾아왔네.

                                                         爰止爰棲 이곳에 둥지 틀어

                                                         樂爾家室 너의 집을 삼으렴

                                                         華之旣榮 만발한 꽃인지라

                                                         有賁其實 먹을 것도 많단다  

 

 

嘉慶 十八年 癸酉 七月十四日 洌水翁書于茶山東菴

 余謫居康津之越數年 洪夫人寄敞裙六幅 歲久

                                          紅渝 剪之爲四帖 以遺二子 用其餘 爲小障 以遺女兒

가경(嘉慶) 18년 계유(1813) 714일에 열수옹(洌水翁) 다산(茶山)이 동암(東菴)에서 썼다.

 

가정의 화목과 두 아들에게 집안의 부흥을 바라는 정약용의 마음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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