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0년 8월 19일에 발간된 <재단법인 해상왕 장보고 기념사업회>가 발행하는 월간 타블로이드판에 기고한 것이다. 글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처음 접하는 역사 시간에 제일 먼저 접하는 질문이 "왜 역사를 배우느냐?"이다. 자신들이 생각할 때 "국사는 전혀 사회 생활에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때 필자는 학생들에게 국사를 배우는 여러 가지 목적 중에서 두 가지를 특히 강조한다.
첫째로 역사의 교훈적 가치이다.
이것은 국사를 배우는 목적으로 가장 의미있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역사란 돌고 돌면서 어제의 일이 오늘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상들이 고난을 극복했던 과정을 되새기며 현재를 사는 우리는 이것을 교훈삼아 이겨낼 수 있는 지혜가 생기는 것이다.
둘째로 민족과 국가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긍지, 즉 자부심을 가지면 조국을 떠나건 아니면 우리나라에 있건 간에 한국인으로서 남의 눈살에 거스리는 행동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며 뿌리깊은 주체 의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주체 의식 속에 애국애족정신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 학생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는 역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이미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많은 문화재인 경주의 석굴암, 합천 해인사의 장경판전, 서울의 종묘, 조선왕릉, 수원의 화성과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그리고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문화적 가치가 큰 세계에 길이 남을 조상들의 업적이다. 이밖에 세계 최초로 우리 민족이 만든 금속활자와 측우기, 그리고 이순신장군의 거북선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문화 유산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말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침입을 천여 회나 받았는데 무슨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나요?"
그렇다. 우리나라는 4천 3백년의 역사 동안 천여 회의 침입을 받았다. 그리하여 우리 민족은 수세적이면서 현실에 편안하게 안주하면서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는 정신이 부족하였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역이나 광활한 세계를 향해 도전 의식을 가진 인물도 많았다. 오늘날의 창조경제라고나 할까? 바로 백제시대의 근초고왕이 중국의 요서 지방과 산동반도, 일본의 큐슈를 연결하는 해상 무역권을 형성한 것이나,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넓은 만주 지역을 개척하여 우리나라,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동북 아시아의 리더 역할을 한 것은 창조 경제의 표현이라 하겠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한 사람이 바로 통일신라시대에 해상왕 장보고이다.
흔히 역사적으로 볼 때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는 세계를 지배했었다. 15세기에 유럽의 에스파냐는 무적함대라는 막강한 해군력을 기초로 세계 여러 나라에 식민지와 해상 무역을 주름잡았다. 국제 해양 무역을 주름잡던 에스파냐의 기세가 꺾인 것은 1588년에 영국에 의해 도버해협에서 패배하면서 '대서양의 지는 해'신세가 되었다. 이후 해상 무역은 영국이 주름잡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가 되었다. 영국은 약 350년간 바다를 지배하면서 세계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천여 년 전,
해상왕 장보고는 조국인 신라를 떠나 당나라에서 무녕군 소장이라는 높은 관리로 있었다. 그러나 해상왕 장보고가 당나라에서 살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고국인 신라에서 잡혀온 신라인들이 노비로 팔려가는 것이었다. 장보고는 과감하게 현실에 안주하려는 정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개척하려는 창조경제의 정신을 발휘하였다. 바로 고국인 신라로 돌아와 오늘날의 완도 지방에 청해진을 설치하여 해적선을 소탕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를 연결하면서 멀리 동남아시아와 페르시아까지 무역권을 확대하여 '바다의 왕'으로서 해상 무역 왕국을 건설한 영웅이 되었다. 이러한 해상왕 장보고의 활약상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게 필자는 길잡이가 되려고 한다. 또한 한국인에게 부족한 새로운 세게에 대한 개척 정신과 모험 정신을 길러주는 정신적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겠다. 바다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이다. 지구는 머지않은 시점에 육지의 자원은 한계에 다다르는 위기가 올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선진국의 과학자들은 바다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해양에 눈을 돌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앞으로 바다의 영토를 지배하는 국가가 미래의 강대국이 될 것이다. 이것을 이미 장보고는 천여 년 전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장보고의 선견지명과 지혜를 계승하도록 길잡이를 하는 것이 교사의 본분이라 하겠다.
완도 앞바다에 있는 장도의 모습(옛 청해진 터)
청해진의 토성
청해진에서 바라본 남해, 한 눈에 남해를 관찰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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