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일상

생일

윤의사 2012. 7. 10. 12:21

지난 토요일은 생일이었다.

이제 중년의 나이임에 틀림없다.

생일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나였지만,

지나온 세월을 반추해보았다.

특히 25년차에 접어든 교직생활을 더듬다보니,

21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지금은 이 아이들이 30대 중반을 치닫고 있을 것이다.

78년생 말띠 학생들이니 말이다.

말띠 학생이라 그런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아이들이다.

1학년부터 담임을 하면서 2년째를 맞이하다보니

아이들과 많은 정이 들었고 나를 많이 따랐다.

 

그런데 6월 20일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교실에 들어서니

두 명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말썽쟁이들인 두 학생이 보이지 않자

내 마음은 불안했다.

아이들한테 물어보아도 모두 고개만 돌렸다.

 

가슴에서는 불안감과 이 녀석들을 어떻게 벌을 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다음에

교무실에 와 두 학생의 집으로 전화를 하려고 교실문을 나섰다.

 

그런데 멀리서 두 학생이 손에 케이크를 들고 교실 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안도감과 함께 두 녀석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 어디에 갔다 오는 것이야?"

 

내가 소리를 지르든 말든 두 녀석은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내가 노여워 하든 말든 두 녀석은 교실로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케이크에다 불을 붙였다.

아이들은 모두 일어나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다.

 

사실 그 날은 내 생일은 아니었다.

나는 음력 생일을 챙기고 있었으니까...

아이들은 교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주소록의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나의 양력 생일을 챙겼던 것이다.

 

마음 고생을 한 것 같았지만

한 켠에는 찡해왔다.

아이들에게도 고마웠다.

 

이 녀석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두들, 배우자 만나 아이 낳고 열심히 직장 생활 하느라 바쁘게 살겠지.

 

"얘들아, 모두 건강하게 열심히 살거라."

녀석들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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