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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안경을 썼나요?

윤의사 2011. 12. 25. 15:23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안경을 낀 사람은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에 통신사로 다녀온 김성일이었다.

선조 때 이수광(李晬光)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

안경에 대해 기록하고 있으니,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심유경과 일본 스님 현소가 휴전회담을 할 때

모두 나이가 많아서 작은 글씨를 볼 때는 안경을 끼고 읽었다고 나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경을 ‘게눈깔’이라고도 하였으니,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과 함께 온 서양 사람들이

안경을 끼고 있는 모습이 툭 튀어나와 게눈 같다고 하여 부른 말이다.

정조실록 23년(1799) 기록에는 눈이 나쁜 정조가 안경을 썼으며,

우리나라에 안경이 들어온 것이 200년 전이라고 했으므로

임진왜란 중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정조의 아들인 순조 임금 때에는 서울에 안경 가게가 생겨나

여러 가지 안경을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안경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었다.

서양에서는 위엄의 상징으로 생각한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웃어른 앞에서 안경을 끼면 불경스럽다는 생각을 하였다.

헌종(재위:1834~1849)때 임금의 외숙이 눈병이 있어 안경을 끼고

대궐에 드나든다는 말을 듣고 헌종이 말했다.

“외숙의 목이라고 칼이 들지 않을꼬”

외숙은 먹고 자는 것도 잊은 채 고민하다가 자결하고 말았다.

심지어 조선을 식민지배하는 일등 공신인 일본의 이또 히로부미도

고종을 만날 때는 안경을 벗고 알현했고,

그가 벗어놓은 안경은 없어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안경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안경의 보급이 활발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개항을 하고난 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안경을 쓰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자

일반 국민들도 안경을 쓰고 다니기 시작했으며,

심지어는 궁중의 궁녀들까지 안경을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안경을 쓰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할 때에는

안경집을 도포 자락 등에 감추고 다녔으나,

외국인들의 영향으로 안경의 착용이 부와 위엄의 상징으로 바뀌자,

허리춤에 매달아 자랑스럽게 다니는 것이 유행하게 되었다.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안경집, 내부가 어두워 사진도 환하지 못해 아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