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일상

빼앗길지 모를 운동장

윤의사 2007. 7. 31. 22:19

우리 학교는 한적한 시골 학교이다. 요즈음에 학교는 대개 대지가 10,000제곱미터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대략 26,000제곱미터이다. 요즈음 학교의 2.6배이다. 넓은 학교에 또 하나 자랑할만한 것은 한면의 운동장이 잔디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 오는 손님들은 처음에 탄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탄성도 잠시, 손님들은 걱정을 한다.

"아이들 체육은 어디에서 하나요?"

"아이들이 운동장을 이용하기는 하나요?"

그러면 나는 건물  뒤편에 있는 또 한면의 운동장으로 손님을 이끌고 간다.

그때서야 손님들은 안심을 한다.

"저는 걱정했어요? 아이들은 맘껏 뛰놀아야 하는데, 잔디 운동장이면 아이들이 뛰노는데 제약이 있을 것이 아닌가 해서요?"

나도 처음 우리 학교에 왔을 때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6월에서 10월까지는 잔디운동장에서,

나머지 기간은 흙바닥운동장에서 뛰노는 것을 보고 안도를 하였다.

우리 학교의 운동장은 이곳 주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시골이라 공원이 없는 이곳에서 학교는 지역 주민들에게 쉴 곳을 제공하여 맘껏 뛰놀고 즐기는 장소이다.

 

그런데 며칠 전 덕수초등학교운동장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기념관을 짓는다고 한단다.

기념관의 지하에 체육관을 지어 아이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물론 체육관에서 아이들이 체육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흙을 밟고 자라야 한다.

더구나 학교 운동장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없는 공원이기도 하다.

민주화를 위해 애쓰신 분들을 위한 기념관도 좋지만, 그들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는 것은 아이들이나 지역 주민들과 같은 약자를 위한 운동장을 계속 남겨두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