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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의 문란을 노래한 정약용 선생의 '애절양(哀絶陽)'

윤의사 2022. 1. 3. 10:21

강진관아에서 울부짖던 아낙네가 수령에게 하소연을 하ㄹ려고 했으나 관아를 들어서지 못하니,

포졸들이 막아섰다. 아낙네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아낙네를 절규를 하였다.

"이보시오,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바로 내 남편의 양물이오. 내 남편은 지금 양물을 자르고 생사를 헤매고 있소.

왜 양물을 잘랐다고 생각하시오. 바로 당신들이 전세와 군포와 대출을 마구 뜯어가기 때문이오. 내 남편은 이제 남자 구실을 못하는 고자 신세요, 나도 생과부나 다름없는 신세요."

이 아낙네의 사연을 들은 이가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정약용 선생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를 지었다. 애절양은 ‘남자의 성기가 잘림을 슬퍼하노라’라는 뜻이다.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 애절양을 지은 동기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이 시는 가경(嘉慶) 계해(癸亥:1803) 가을 내가 강진에서 지은 것이다. 그때 노전에 사는 백성이 아이를 낳은 지 3일 만에 군보(軍保:군적)에 올라 있어 이정(里正:이장정도에 해당되는 하급관리)이 군포 대신 소를 빼앗아가니 남편은 칼을 뽑아 자신의 남근을 잘라버리면서 나는 이 물건 때문에 이런 곤액을 받는구나 하였다.
그 아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가지고 관가에 가서 울면서 호소하였으나 문지기가 막아버렸다. 내가 이를 듣고 이 시를 지었다‘

당시 정약용 선생을 비롯한 실학자들은 삼정의 문란을 시정하려고 했으나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정치에서 멀어져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정약용 선생은 삼정의 문란을 해결할 힘도 없고 백성들의 억울함도 풀어주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면서 애절양을 썼다. 

애절양을 보자.

哀絶陽(애절양)

蘆田少婦哭聲長(노전소부곡성장)/ 哭向縣門號穹蒼(곡향현문호궁창)
夫征不復尙可有(부정불복상가유)/ 自古未聞男絶陽(자고미문남절양)
舅喪已縞兒未(구상이호아미조)/ 三代名簽在軍保(삼대명첨재군보)
薄言往虎守閽(박언왕소호수혼)/ 里正咆哮牛去早(이정포효우거조)
磨刀入房血滿席(마도입방혈만석)/自恨生兒遭窘厄(자한생아조군액) 
蠶室淫刑豈有辜(잠실음형기유고)/ 閩囝去勢良亦慽(민건거세양역척)
生生之理天所予(생생지리천소여)/ 乾道成男坤道女 (건도성남곤도여)
騸馬豶豕猶云悲(선마분시유운비)/ 況乃生民思繼序(황내생민사계서)
豪家終世奏管弦(호가종세주관현)/ 粒米寸帛無所損(립미촌백무소손)
均吾赤子何厚薄(균오적자하후박)/ 客窓重誦鳲鳩篇(객창중송시구편)

갈밭마을 젊은 아낙 대성통곡하며 울부짖네/ 관문 앞으로 달려가 울다가 하늘보며 소리치기를
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사내가 제 양물 잘랐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네
시아버지 돌아가신지 삼년이나 됐고, 갓난아이 배냇물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이 집 삼대 이름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을 전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막무가내로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다네/ 남편이 낫 들고 방에 들어가더니 피가 방에 흥건하네

 비명지르며 한탄하기를 모두 아이 낳은 죄다/ 잠실음형(누에치던 방에서 불알 까는 형벌)도 억울하고

 (중국 복건성에 있던 민나라의) 거세풍속도 진실로 슬픈 것이거늘/ 자식을 낳고 사는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요

남자가 하늘이 되고 여자가 땅이 돼 생육하거늘/ 거세한 말과 거세한 돼지도 오히려 슬프다 할만한 데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것을 생각함에 있어서랴!/ 권세가들은 평생 동안 풍악이나 즐기지만

권세가들은 쌀 한 톨 베 한 치 세금 내는 일 없네/ 모두 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니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 기막힌 사연을 시로 읊조리노라

정약용 선생

 

어제는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가는 사람을 잡지 못하는 군인,

아마도 전 주한미국사령관의 말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무너진 군정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대출 이자는 하늘처럼 치솟는 것은 환곡과 비교되고,

각종 부동산세와 건보료의 폭탄, 물가의 상승은 전정과 비교를 하고 싶은데...

정녕 현 정부에서는 우한 바이러스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각종 세금과 공과금으로 인한 고통을 알고 있는지...

조선 말기의 삼정의 문란이 생각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