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역사문화사전/우리말 어원

흐지부지

윤의사 2021. 10. 16. 19:39

'일을 분명히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로 '흐지부지'가 있다.

이 말은 한자어가 우리말로 된 형태이다.

즉 '휘지비지(諱之秘之)'이다.

이 말을 조선어학회 큰사전에서는 '남을 꺼려서 몰래 얼버무려 넘김'으로 풀이돼 있다.

그리고 '휘비(諱秘)'는 '휘지비지'의 준말로 설명돼 있다.

본디 ‘휘(諱)’는 ‘꺼리다’, ‘피하다’는 뜻이다.

조상이나 왕의 이름은 자손이나 백성의 입장에서 함부로 부르거나 쓸 수가 없었다.

후손들의 이름을 지을 때는 그런 글자를 피했으니, 이를 ‘휘(諱)’ 또는 ‘피휘(避諱)’라고 하였다.
‘秘’에서 부수인 ‘示(보일 시)’는 ‘귀신(鬼神)’ 혹은 ‘조상(祖上)’을 뜻한다.

‘비(秘)’는 마치 ‘귀신이 하는 일이라 비밀로 감추어 숨긴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휘지비지'는 '입에 자꾸 오르내리는 것이 싫어 밖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비밀로 감춘다'는 뜻이다.

'휘지비지'를 발음하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흐지부지'로 바뀌었으며,

원래의 뜻보다 '일을 분명하게 끝맺지 못하고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말'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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