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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왕

윤의사 2011. 6. 15. 13:15

임금은 하늘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은 대개 아침 6∼7시 사이에 일어나는데,

그러면 임금의 자격은 이미 없다.

임금이 되려면 우선 일찍 일어나야 한다.

해 뜨기 전인 새벽 5시 전후, 왕은 일어나자 마자

자릿 조반이라 하여 죽 같은 것으로 간단한 요기를 한다.

세면을 하고 옷을 입으면 왕의 어머니나 대비가 있을 경우에

아침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한다.

아침 문안 인사가 하루 일과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빈틈없이 일과는 계속된다.

왕이 처리하는 일이 얼마나 많으면 만기(萬機:만 가지 업무)라고 했을까?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

정전에서 관리들이 기다리는 조회에 참석하였다.

이곳에서는 나라의 주요한 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조회가 끝나면 바로 왕의 공부 시간, 바로 ‘경연(經筵)’시간이다.

왕과 신하간에 학문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유학의 경전도 공부하였다.

그런데 경연을 하루에 세 번이나 하였다.

아침 경연이 끝나면 왕은 아침상을 받는다.

왕은 하루에 두 끼의 식사를 하는데

기본 음식이외에 12가지의 반찬이 나왔다.

기본 음식은 국·김칟장류·찌개·갈비찜·전골류 등이며,

12가지 반찬은 도라지·호박·숙주나물 등 삼색 나물과 무생채·구이 등이다. 식사가 끝나면 바로 점심 경연 시간으로 역시 공부 시간,

공부 시간이 끝나면 떠나는 관리,

새로 임명받은 관리들의 인사를 받아야 한다.

왕은 백성들을 위해 일한 것에 대한 칭찬과 당부를 잊지 않는다.

이어서 각 부대에 전달할 그 날의 암구호를 전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는가 싶으면 관리들이 찾아와 경연에 들어가 학습을 하고,

그 날 들어온 상소문이나 건의문을 살펴보았다.

저녁 수라상을 받은 후,

왕의 어머니나 대비전에 저녁 문안 인사를 올린 후에야

겨우 하루 일과를 마무리지었는데,

이미 오후 9시에 가까운 시간이다.

왕은 이때부터 자신만의 한가로운 시간이나

왕비와 다정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둘 만의 시간이란 엄두도 못낸다.

항상 내시와 궁녀들의 감시(?)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왕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

스트레스를 풀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취미 생활을 하였다.

오늘날 하키와 비슷한 ‘장치기’를 한다든지,

왕비·궁녀들과 함께 투호를 하면서 상품을 주기도 하였다.

장치기는 서양의 하키처럼 홍(紅)·백(白) 두 개의 공을 양편이 공채로 떠서 자기편의 골문에 먼저 넘겨 승부를 겨루는 경기로서 세종대왕이 왕위를 물리고 들어앉은 아버지 태종과 더불어 장치기 경기를 즐겼다고 실록에 나와 있다.

투호놀이는 중국 당나라 때부터 행해졌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에 들어왔다. 넓은 잔디밭이나 대청 등에 귀가 달린 청동 항아리를 갖다 놓고 여러 사람이 편을 갈라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항아리 속에 화살을 던져 넣는 놀이인데, 화살을 많이 넣는 편이 이기게 된다.

날씨가 좋으면 교외로 나가 사냥을 즐기기도 했는데,

이것은 관리들이 가장 싫어하는 왕의 취미 생활이었다.

그리하여 관리들 몰래 자신이 좋아하는 사냥을 하는 왕도 있었다.

그러면 관리들이 권하는 왕의 취미 생활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독서였다. 조용히 유교경전을 읽으면 몸과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 속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책을 많이 읽은 왕은 문집도 만들었다.

유학자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성과를 책을 써서 나타냈으니, 바로 문집이다. 그리하여 영조부터 순종까지 문집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당시의 왕은 한 나라의 최고 위치에 있는 신분이지만,

세수도 궁녀들이 해주는 등 자신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운동이 부족하고, 궁녀와 내시의 간섭, 관리들의 끊임없는 감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행복한 것 같지만 각종 병에 시달리는 참으로 고달픈 생활의 연속이었다. 오죽했으면 강화 도령으로 알려진 철종은 자신이 살던 강화도를 그토록 그리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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