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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관(蝨官)

윤의사 2024. 5. 3. 19:35

木梳梳了竹梳梳(목소소료죽소소)

亂髮初分蝨自除(난발초분슬자제)

安得大梳千萬尺(안득대소천만척)

一歸黔首蝨無餘(일귀검수슬무여)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 참빗으로 빗으니

얽힌 머리털에서 이가 빠져 나오네.

어쩌면 천만 길의 큰 빗을 장만하여

만백성의 이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까.“

 

위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문장가로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을 쓴 유몽인(柳夢寅, 1559~1623)영소(詠梳, 얼레빗으로 빗고 나서)”라는 한시이다. 여기서 얼레빗은 빗살이 굵고 성긴 큰 빗으로 반달모양으로 생겨서 월소(月梳))라고도 한다. 또 참빗은 빗살이 매우 촘촘한 빗으로 얼레빗으로 머리를 한번 대충 다듬고 나서 곱게 빗어 가지런히 정리하거나 비듬ㆍ이 따위를 빼내기 위해 썼다.

조선시대 백성들에게 가혹하게 세금을 뜯어가 괴롭히는 탐관오리들을 이()에 비유하여 읊은 것이다.

오늘날 청년들은 취업준비생으로 몇 년을 허비하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등이 행한 자식 취업은 권력에 기생하여 위로 아부하고 아래로 군림하여, 취업준비생의 피를 토하게 하는 간악한 관리인 슬관(蝨官)이라고 하겠다. 슬관에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도 많이 있다. 이런 슬관을 참빗으로 이를 가려 뽑듯 철저히 가려 없애버려야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풍자시라 생각된다.

유몽인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호종했던 문장가 또는 외교가이면서, 전서(篆書)ㆍ예서ㆍ해서ㆍ초서에 모두 뛰어났다. 광해군 때 관리로 있다가 인목대비의 폐모론이 나올 때 한양을 떠나 학문에 힘썼으나, 서인들이 광해군 옹립설로 무고해 사형을 당했다. 유몽인은 정조 때 의정(義貞)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이조판서에 추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