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동쌤의 역사 속의 오늘은?

오늘은 중양절

윤의사 2023. 10. 23. 16:44

<세종실록> 53, 세종 13(1431) 912

 

의정부와 제조에 의논하기를,

 

"사신이 우리나라에 오면 정조(正朝답청(踏靑:33,삼진날단오·유두(流頭칠석(七夕중추(中秋중구(重九:99, 중양절) ·동지(冬至) 등 속절(俗節)에는 위연(慰宴)을 베풀어 주는 것이 어떨까."

 

하니, 모두 아뢰기를,

 

"위의 여러 속절은 너무 많아서 번거로울 듯하오니, 유두와 칠석은 제외하고, 그 나머지 여섯 명절에만 위연을 하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그러나, 사신이 서울에 있으면 가하거니와, 만약 먼 지방에 가 있으면, 여섯 명절에 다 사람을 보내어 위연을 베풀기는 폐가 적지 아니할 것이오니, 설과 동지에는 비록 먼 지방에 가 있을지라도 사람을 보내어 위로함이 가하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오늘은 음력 99일로 <세종실록>에서 보이듯이 조선 시대에 다른 나라의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기까지 했던 명절 중양절(重陽節)”이다. 우리 겨레는 음양사상에 따라 홀수달 양수(홀수)가 겹친 날(설날, 삼짇날, 단오, 칠석, 중양절)을 상서롭게 여겨 명절로 지냈는데, 중양절도 그중 하나이다. 9는 숫자 중에 완성의 수로 생각하면서 중양절은 숫자 ‘9’가 겹쳤다 하여 중구(重九)”라 부르고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상서로운 경축일이었다. 경노절(敬老節) 또는 답추절(踏秋節)이라고도 불린다. 중구절은 삼국 시대부터 기록이 보이며, 신라 때에는 중구에 임금과 신하들이 함께 모여 시를 짓고 품평을 하는 일종의 백일장을 열었다.

고려 때는 설날 대보름날, 삼월 삼짇날 등과 함께 나라의 9대 명절의 하나로 흉을 피하고 길을 부르는 힘도 크다고 생각해 조상의 기일을 모르는 경우 중앙절에 기일을 대신하여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는 중국에서 구구(九九)의 동음이의어인 구구(久久)는 장구(長久:오랜 시간, 영구)를 뜻하며노인을 존경하고 효도를 숭상하는 경로숭효(敬老崇孝)사상에 따른 것이다.

나라와 각 고을에서도 관리들에게 하루의 휴가를 줄 정도로 명절이라 여겼고, ()의 집행을 금하는 금형(禁刑)의 날이었다.

중국에 장방이라는 사람이 환경에게 99일에 마을에 재앙이 있으니 산꼭대기로 올라가 있다가 저녁때 내려오라는 말을 했다. 환경은 99일이 되자 아침 일찍 시킨 대로 했고 저녁때 마을로 내려와 보니 가축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이런 연유로 중양절의 세시풍속으로는 등고(登高)”가 있다. 붉은 산수유 열매를 담은 주머니를 차거나 머리에 꽂고 산에 올라가 국화전을 먹고 국화주를 마시며 즐겼다. 붉은 수유 열매는 귀신을 쫓는다고 생각해 재앙이 없어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중양절을 등고절이라고도 했다. 이 세시풍속은 조선 말기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와 역시 조선 말기의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기록되어 있다. 또 중양절에는 국화잎을 따다가 술을 담그고,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는 중양절을 맞아 등고(登高)‘라는 칠언율시를 남겼다. 중국에서 최고의 칠언율시로 평가받고 있다.

 

등고(登高) 두보(杜甫)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바람은 세차고 하늘은 높고 원숭이 울음소리 처량한데

맑은 물가 새하얀 모래톱에 새들이 빙빙 날고 있다

끝없이 낙엽은 쓸쓸하게 우수수 떨어지고

끝없이 장강은 도도하게 흐른다

만 리 타향에서 슬픈 가을에 언제나 나그네 되어

한평생 많은 병 얻고 홀로 높은 대에 올랐네

갖은 고난과 한스러움에 귀밑머리 희어지고

늙고 쇠약해져 탁주잔을 멈춘다

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