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스크랩] 드라마 <비밀의 문>, 황금에 금가루 칠하고 있나

윤의사 2014. 10. 18. 19:21

드라마 <비밀의 문>의 시청률이 7%로 가라앉았다. 여러 가지로 너무 실망스럽다. 마침 <사도세자,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를 출간한 뒤라 은근히 드라마가 성공하여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이 시대를 이해하기를 바랐다. 영상에 끌려가는 시절이라 어쩔 수없이 이 드라마가 성공하기를 바랐건만 연출하는 걸 보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드라마 작법의 기본기가 안돼 있는 대본 때문에 빛나는 연기마저도 엉망이 돼가고 있는 것같다. 마치 영화 <명량>이 최민식의 눈부신 연기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허구를 너무 많이 넣어 큰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과 같다. 명량은 감독의 호언장담과는 반대로 비평가 몇몇의 비판으로 결국 오락영화로 전락해버렸다.

 

사진 / 드라마 <비밀의 문> 공식 사이트 메인 포스터. 이  뛰어난 배우들에게 걸맞지 않는

부실한 대본과 연출이 제공되고 있는 듯하다.

 

<비밀의 문>이 지금 그런 지경이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연출자와 드라마 작가가 말아먹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아깝다. 저 좋은 배우들로 왜 저렇게밖에 못만드나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우선 영조 이금이나 사도세자 이선의 이야기는 조선 왕조 500년사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굳이 장난을 안쳐도 된다. 나는 <사도세자, 나는...>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단순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 사실(史實) 자체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요즘같이 책 읽기 싫어하는 독자들을 붙잡으려면 플롯이 단순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은, 거슬러올라가면 인조와 소현세자의 유사한 비극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약 120여년의 흐름을 다뤄야만 한다. 이때문에 나도 고심을 하다가 주요 인물의 사망이 특이하다는 것을 눈여겨 보고 이를 활용하기로 하여 비교적 단순한 플롯을 만들어낸 것이다.

 

영조가 임금이 되는 과정은 굳이 맹의 따위의 픽션(맹의가 아니어도 노론이 그렇게 했다는 건 이미 정설인데 굳이 왜 맹의가 필요하단 말인가. 이방원이 정몽주 때려죽인 철퇴를 찾는 미스터리 같은 어리석음이 느껴진다. 사도세자 이야기는 굳이 거짓을 가공하여 집어넣을 필요도 없이 진실 자체가 충분히 복잡하다. 그렇지만 드라마 <비밀의 문>은 장희빈, 인현왕후, 무수리 최씨 등으로 학습이 잘 돼 있는 시청자들에게 맹의며 의궤 같은 복잡한 미스터리를 집어 넣어 쓸데없이 시청자를 괴롭히고 있다. 한 마디로 앞만 보고 달려도 복잡한 길인데 더 구불구불한 길을 일부러 만들어 놓고 시청자는 물론 이제는 연출자와 작가도 헤매는 것같다.

 

이 시기에 대한 평가는 사학자인 이덕일 씨와 문학자 정병설 씨의 치열한 논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만큼 아지트니 특검이니 세책이니 하는 한자놀이로 장난칠만큼 한가한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뒤주에 갇혀 죽는다는, 전국민이 다 아는 뻔한 결론이 있어도 그 해석은 다양하다. 학계는 지금도 토론 중이다. 나 역시 내 소설에 나만의 해석을 제시하여 독자와 사학자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엄중한 시기를 역사적 성찰 없이 하찮은 미스터리 기법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이 드라마를 사극이 아닌 추리극으로 전락시키는 원인이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궤도를 돌려 사실로 돌아와야 한다. 맹의가 아니어도, 의궤가 아니어도, 세책이 아니어도 영조는 한석규의 연기가 딱 맞을만큼 다혈질이었고, 사도세자는 대신들에게 이리저리 시달렸다. 황금에 금분을 칠하는 어리석음을 더는 하지 말기 바란다.

 

- 사도세자라는 인물은 굳이 픽션을 가하지 않아도 그 이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미스터리하며, 복잡하다.

그런데 드라마 <비밀의 문>은 왜 더 복잡하게 꼬고 비틀어 시청자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출처 : 알타이하우스
글쓴이 : 알타이하우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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