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이명박 정부는 임계치를 넘지마라

윤의사 2012. 1. 10. 11:22

말이나 소 같은 가축도 때려야 할 때가 있고 쓰다듬어야 할 때가 있다.

채찍은 원래 말을 제어하는 수단이다. 빨리 달려야 할 때 채찍을 한 대 내리치면 말은 주인의 뜻을 알고 더 힘껏 뛴다.

그러나 속도를 늦출 때는 고삐를 잡아 당긴다.

주의를 환기시킬 때는 채찍으로 엉덩이를 토닥거린다.

그런데 이 채찍을 무리하게 휘두르는 목동은 끝내 낙마하여 크게 다치거나 죽기도 한다.

 

내 친구는 불과 초등학교 2학년 때 너무 심하게 때려대는 담임에게 달려들어 매를 빼앗아 부러뜨린 적이 있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는 채찍이 필요한 아이인지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아이인지 먼저 분간해야 한다. 어떤 아이는 되게 혼나고 나서야 대오각성, 비로소 공부든 일이든 분발하기도 한다. 칭찬을 거듭하면 헬렌 켈러처럼 3중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도 글을 쓰고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다. 작물도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야 잘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칭찬도 벌도 아무 의미가 없다.

칭찬과 훈계 사이에는 임계치라는 게 존재한다.

벌을 줄 때 사랑이나 칭찬없이 너무 몰아치기만 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특히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야단치고 벌주고 나쁜 욕설을 퍼부으면 능력이 더 떨어져 갈수록 힘들어진다. 최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끝내 투신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도 이 아이가 견딜 수 있는 임계치를 넘겼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1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전으로 끝났을 때 분노한 승전국들은 엄청난 전쟁 배상금을 요구했다. 패전으로 독일이 초토화되었는데 그런 나라더러 1천320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물어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당시 독일 국민총생산의 2년치를 그야말로 숨만 쉬며 모아 갚으라는 무리한 액수였다.

패전으로 주눅든 독일인들은 이 무지막지한 빚을 프랑스 등에 갚기 위해 세 사람이 모여야만 성냥개비 하나를 당길 정도로 근검절약했다. 프랑스의 빚독촉이 심해지자 독일 정부는 마르크화를 마구 찍어냈다. 인플레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마르크화는 같은 무게의 휴지보다 가치가 더 낮았다. 그때 히틀러라는 청년 장교가 나타나 백년이 가도 못갚을 빚을 갚느라 죽을 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자고 설득했다. 그 자신 거리의 노숙자로 지낸 적이 있다. 희망을 잃은 독일인들은 은근히 히틀러를 지지하고, 나치는 힘을 길러갔다. 결국 악이 오른 독일은 2차세계대전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유럽인을 죽이고 자신들도 죽었다.

 

물어보자. 그렇다면 누가 2차대전을 일으킨 것인가? 히틀러인가, 독일인들로부터 무지막지한 전쟁배상금을 착취한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인가?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벌써 여러 명의 독재자들을 무너뜨렸다. 재스민은 무바라크, 카다피 등을 축출하고 마침내 푸틴까지 노리고 있다. 재스민이 노리는 대상은 분수 이상의 욕심을 부리는 독재자들이다. 뭐든 지나치면 나쁘다. 사람간에도 나라간에도 임계치라는 게 있다. 임계치를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예기치 않은 불행이 뒤따른다.

 

이런 눈으로 세상을 보면, 4·19혁명은 3·15부정선거만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이미 국민들은 이승만의 지긋지긋한 독재에 항거할 준비가 돼 있었다. 마른 섶은 이미 마련되고 불똥이 필요했을 뿐이다. 5·16군부쿠데타도 박정희 소장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미 무능한 정부를 보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민심 동요가 먼저 있었던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나자 삼척동자라도 여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임계치 너머까지 이 불행한 사건을 무리하게 밀며 달리다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지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한 것은 안철수 때문이 아니다. 국민들의 실망감과 분노가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조짐이 살짝 드러났을 뿐이다. 이 조짐은 그 임계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떨어지는 불똥도 한두 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