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선생님/이재운선생님의 칼럼

[스크랩] 꽃향기를 훔치는 도둑

윤의사 2018. 7. 24. 10:19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대선 여론조작범 드루킹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5천만원을 받고 이를 부인하다가 결국 수수 사실을 마지 못해 시인하고 오늘 아침 투신자살했다.

그러자마자 그를 옹호하는 여론이 치솟고 있다. 

주로 "자유한국당 범죄자들은 큰돈 먹어도 뻔뻔한데 노회찬은 겨우 푼돈 먹고 자살했다"며 분개하는 글이 SNS에 끓어넘친다. 노회찬이란 이름은 그새 정의의 횃불인양 SNS에 불을 밝힌다.


 연봉이 1억 3800만원이나 되는 현직 국회의원이고, 나라에서 월급 주는 9명의 비서들이 줄지어 있고, 각종 경비와 수당까지 합쳐 충분한 돈을 받아쓰는 사람이, 그것도 입만 열면 정의를 부르짓고, 남의 잘못에 서릿발같은 비난을 쏟아붓던 그에게 왜 범죄자가 건넨 돈 5000만원이 필요했나. 더구나 안받았다, 거짓말이다, 소설 쓴다, 공작이다, 갖은 말로 변명하더니 자살 직전에야 돈은 받았지만 청탁 대가는 아니었다는 궤변은 또 뭔가. 정치인은 돈 1원도 불법으로 받아서는 안된다고 법에 적혀 있다. 공식적으로 1억 5000만원까지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이 왜 장부에 기록하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돈 5000만원을 받아 썼단 말인가.

물론 수십 억원, 수백억 원을 받아먹고도 태연한 다른 범죄자와 노회찬을 비교하며 분개할 수는 있다.

물론 노회찬이 그들보다 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대법원 판결날 때까지 죄 없다 아득바득 우기는 다른 이들하고는 다르다. 


남 비판하는 사람은 그 직이 의원이든 검사든 경찰이든 교사든 작가든 기자든 저부터 깨끗해야 하는 법이다. 백옥이 백옥인 것은 티끌 하나도 없이 맑기 때문이다. 그게 두려우면 시커먼 옷 입고 잡놈으로 살면 된다. 검은옷에 먹물이 묻든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굳이 사기꾼 강간범 뇌물수수범 등 숱한 잡범들하고 노회찬을 비교하고 싶은가? 그게 노회찬을 기리는 방식인가?

그래서 이 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

 꽃향기를 훔치는 도둑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붓다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에 한 비구는 코살라국 세간의 어떤 숲 속에 있었다. 이 비구는 눈병을 앓아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다.

 "파드마 꽃향기를 맡아라"


  * 파드마 ; 연꽃. 인도의 나라꽃이다.


 이 비구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파드마꽃이 핀 못으로 가서 바람받이에 앉아 꽃향기를 맡았다.

 그러자 이 연못을 맡고 있던 천신이 나타나 비구에게 말하였다.

 "왜 꽃향기를 훔치는가? 그대는 곧 향기를 훔치는 도적이다!"

  비구는 "나는 파드마를 꺽지도 뺏지도 않았다. 옆에 앉아 그 향기를 맡고 있을 뿐인데 너는 왜 그런 말을 하여 나를 도둑이라고 비난하는가?" 하고 따졌다.

 

 그러자 천신은 "제 손으로 구하지 않고, 남이 버리지 않은 것을 취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세상에서는 도둑이라고 부른다. 너는 파드마 주인이 주지 않은 꽃향기를 스스로 가졌다. 그러니 그대는 꽃향기를 훔치는 도둑이다."


 때마침 한 장정이 나타나더니 연못으로 들어가 연뿌리까지 캐어 한 짐을 지고 갔다.

 그런데 천신이 그 장정은 쳐다보지도 않고 비구만 나무라는 것 아닌가.


 비구는 천신에게 또 따져 물었다.

 "지금 저 장정은 붉은 파드마꽃을 뿌리째 줄기째 가득 뽑아가는데도 내버려두면서 겨우 꽃향기나 맡은 나를 왜 도둑으로 모는가?" 

 "비구여, 저 장정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다. 마치 검은옷을 입은 유모처럼 제 옷이 더러운 줄도 모르고 아기를 돌보는 사람이나 다름없다. 저 어리석은 장정 따위에게 내가 말해서 무엇하리. 검은옷에는 검댕이가 묻어도 잘 보이지 않는 법, 그런 사람에게는 가르침을 줄 수가 없다네. 나는 오직 비구인 그대와 더불어 말할 뿐이다. 흰 비단은 파리가 한 번 앉기만 해도 마치 먹으로 점찍은 듯 아무리 작아도 다 드러난다네. 붓다를 따라 지혜를 구하는 비구여, 번뇌를 떠난 그대가 비록 터럭만한 나쁜 일이라도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태산처럼 크게 본다네."


 비구가 말하였다.

 "사두! 사두!

천신은 부디 언제나 나를 위하여 자주자주 그런 말을 들려다오."

  * 사두 ; 좋다. 옳다. 불경에는 제자들이 말할 때 붓다가 사두, 사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남방불교에서는 붓다의 경을 암송할 때마다 마지막에 "사두 사두"라고 합창한다. 한자어로는 선재라고 한다.

 천신이 다시 말하였다.


 "나는 네가 산 종도 아니요. 또한 남이 너에게 주지도 않았거늘

  내가 무엇하러 항상 너를 따르며 자주자주 너에게 말해줘야 하는가?

  나는 그대의 도둑질을 경계한 것이니, 

  비구여, 이제부터 스스로 알아야만 할 것이다."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알뜰히 생각하여 온갖 번뇌를 끊고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다.

 * 미얀마에서 단기출가했을 때 아무리 배가 고파도 신도들이 공양하지 않은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신도들이 공양한다고 식을 올려줘야만 겨우 숟가락을 들어 먹을 수 있었다. 공양하지 않은 음식에 덥썩 손을 대면, 미얀마인들은 아무리 큰스님이라도 남의 음식을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나와 신도들이 삐냐저따 스님에게 밥상을 올리는 장면.

신도들이 상을 들어 올리면 삐냐저따 스님은 게송을 읊으면서 공양을 받는다.

    잡아함3-1338  花經

    신수장경 : 2-369a

    한글장경 : 잡-3-488

    남전장경 : s.9.14


- 시커먼 흙탕물과 썩은 진흙에서 자라건만 티끌 하나 묻지 않고 맑고 향기롭게 핀다고 하여 연꽃이지 괜히 연꽃이 아니다.


출처 : 알탄하우스
글쓴이 : 태이자 이재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