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사 2025. 4. 12. 11:05

3월부터 4월까지 영남지방에서 큰 산불이 일어났다.

문화재가 불에 타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봐 안타까움을 더했다.

현대에도 불은 무서운 존재이니 옛날에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불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벽사(辟邪) 시설을 곳곳에 설치해 두었다. 특히 궁궐에 가보면 볼 수 있는 시설이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의 전각의 모퉁이에 무쇠로 만든 큰 물동이가 그것이다. 이를 드므라고 부른다. 이것을 쓰레기통으로 알고 쓰레기 등을 버리는 관람객들이 있어 지금은 큰 그릇에 투명 뚜껑을 씌우고 드므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을 관장하고 불을 일으키는 재앙인 화마(火魔)가 하늘로부터 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화마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흉측하고 험상궂은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물 앞에 드므를 마련해놓고 화마가 하늘에서 내려오다가 드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드므가 일종의 방화수(防火水) 역할도 하였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던 집은 기와나 주춧돌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에 약한 나무 등을 사용했다. 특히 궁궐은 회랑이나 행각으로 연결되었기에 화재에 가장 취약했다. 화재가 처음 일어났을 때 작은 불은 드므에 담긴 물로 끄면서 확산을 막았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겨울에는 물이 얼지 않도록 가끔씩 저어주었고, 불을 땠던 흔적으로 드므를 받치고 있는 돌이 검게 그을린 자국으로 보아 드므 밑에 불을 지펴서 얼지 않도록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드므넓적하게 생긴 큰 독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두무(豆撫), 길상항(吉祥缸)이며 중국에선 문해(門海)라고 불렀다.

우리 문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목재로 이루어졌기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생긴 화재로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는 아픔을 겪지 말아야겠다.

또한 산에는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와 선진국처럼 헬기뿐만 아닌 소방항공기의 도입도 서둘러야만 하겠다.

경복궁 드므
창덕궁 드므
창경궁 드므